아니 에르노_다른 딸
아니 에르노의 <다른 딸>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죽은 언니 지네트에게 쓴 서간문이다.
“나는 존재하기 위해서 당신을 부인해야만 했어요.(83)” 존재하기 위해 부인했던, 안다고 말할 수 없는 ‘당신’에게의 글은 편지 시리즈를 기획하던 출판사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편지를 써달라’는 제안. 그리하여 아니 에르노는 ‘당신’을 소환한다.
아니 에르노는 죽은 언니가 있는지 몰랐었다. 우연히 엄마의 이야기를 듣게 되어 알게 됐지만, 자신이 앎에 대해 그들(부모)에게 알리지 않았고, 알리지 못했다. 그건 그들에게 상실이고 고통이었기에.
또한, 자녀를 한 명만 육아하려 했다는 부모에게 존재하는 지금의 자신은 언니가 죽어서 가능했기 때문에,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가 죽은 언니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에게 자기 불행의 시간을 만들었다. 그는 하나뿐인 ‘외동 딸’에서 ‘다른 딸’로 이동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그에게 ‘다른 딸’은 죽은 언니가 아니라, 자신, ‘바로 나’였다. 아니 에르노가 멀리, 다른 곳으로 달아난 ‘다른 딸’이었다.
언니가 있었다는 것, 그가 죽었다는 것, 그게 자신에겐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자신이 알게 되었다는 것. 어린이가 맞이했을, 그러나 함께 이야기되지 못했을 혼란스러움과 불안, 있다/없다, 삶/죽음의 탐구가 아니 에르노에게는 글쓰기로서 발현되었다. 그러나 그가 ‘당신’에게 ‘쓰기’란 다른 글쓰기와 같을 수 없었고, 편지가 되었다. 수신인이 보지도 못하고, 받지도 못할, 독자들만이 만날 편지. 말하지 못했으나 간직하고 있었던 것을 독자들을 향한 책을 쓰면서 조각조각 나눠주고서 그는 자유로워졌을까.
<다른 딸>, 아니 에르노, 1984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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