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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관계에 대한 고민

민지형_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

by 수수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의 민지형 작가의 새 장편소설 <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은 일대일 독점적 연애 관계가 아닌 오픈 릴레이션십, 다자간의 연애 관계(폴리아모리)에 대해 그리고 있다. “그 대신 내가 있겠지”라는 문장으로 다른 건 다 몰라도, 내가 내 곁에 있겠지, 라는 생각의 파동을 전해주었던 앞선 책에 이어 이 책도 여러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물론 읽는 재미도 있었고. 저자와 나이가 같아서 내 또래 여성들의 고민들과도 접점이 되고 말이다. 같은 세대에서 오는 깨알 같은 재미는 챕터의 소제목들이 드라마•영화•노래제목에서 변형된 것들이라 잔잔한 재미가 시작부터 있었다. 또 지역은 다 다르겠지만, 그 세대에 유행했던 문화들에서 오는 비슷한 추억들이 있어서 읽으면서 또 다른 재미가 있었고, 극영화를 공부하고 드라마를 썼던 사람이라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난 지점들도 있었다. (아이돌 덕후질 이야기할 때 추억 돋기)


이 소설의 주인공은 관계하는 사람과 서로가 각자의 자리를, 그러니까 나 자신을 지키고 주체적으로 가질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싶어 하고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것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연애를 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거랑 다르게 연애/사랑은 나 아닌 상대와의 관계가 시작되고, 수많은 것들이 합의되면서 각자를 지킬 수 있어야 할 테니까. 문제는 이 당연해 보이는 전제들이 무너지기 쉽고, 애초부터 연인은 그냥 하나, 로 이해되기 쉬움 속에서 서로의 자리가 침범 당하고 사라지기 일쑤라는 것이었다. 20대 시절 연애를 할 때, 너를 닮은 혹은 너와 같이 아이를 낳고 싶어, 라는 말이 최상의 로맨틱한 사랑 고백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 말이 생각날 때가 있었다. 섬뜩하게. 우리는 좀 다른 방식의 사랑과 연애를 배우고, 고민해야할 필요가 너무나 넘친다!!


물론 소설을 읽으면서 여전히 내게도 독점적인 블라블라 관계에 딱 들어맞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것에서부터 온전히 자유롭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모든 초점이 ‘다자’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가이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명확해지는 것은 그것은 시작도 결과도 모두 나를 위한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위한 관계라는 것이 나만 위하고, 내가 좋을 대로 마음대로 할 거야! 이런 게 아니라 어떤 관계가 나를 지키고, 각자를 지키고, 나를 존중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가져갈 수 있는 관계일지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방법을 채택하고, 고민하고, 형성해나갈지를 말하는 것.


이 소설은 사실 로코 드라마들의 대부분이 그랬듯 너무 이상적일 수 있다. 그건 작가가 말했듯 자신이 로맨티스트여서도 그렇겠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의 연애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전에 어떤 드라마를 보며 그 남성과 그의 연애 태도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아니, 저것이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야 한다. 현실이 폭력으로 뒤범벅 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관계는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더 나은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사랑을 놓지 않고 살아갈 당신의 연애가 완벽한 게 아니라 당신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들을 고민해야 할지, 이 부단히 노력해온 관계들(소설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무언가가 옳고 그르다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특정한 모양만을 ‘정상성’ 범주로 가르지 말고, 또 적어도 비아냥이 아닌 지금 나의 관계와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 시작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그런 고민 없이 흘러온 아프고 무례했던 많은 관계들이 존재했던 지난 삶은 변화되어야 하니까.


<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 민지형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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