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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돌로지

류진희•허윤•백문임 기획_페미돌로지

by 수수

<퀴어돌로지>에 이어 <페미돌로지>란 책이 나왔다. ‘페미돌로지’는 페미니스트의 시각에서 분석하는 아이돌로지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용어로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혐오 등 성찰되어야할 아이돌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주제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덕분에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기존의 아이돌 문화에 대해서, 여성혐오의 일상에 대해서, 또 팬덤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찰이나 문제의식, 비판지점, 또 팬덤이 새로이 만들고 있는 담론과 페미니즘 가치와 퀴어링 등. (이게 아이돌 문화 아닌 인디 음악 좋아하는 자에게도 ‘페미니즘 리부트’가 갖고 온 성찰이 있었고 말이고요)


이 책에서 아무래도 여러 곳에서 BTS에 대해 많이 다뤄졌다. 그전 케이팝과는 달리 그들이 만든 전세계적인, 국가를 초월해서 만들어낸 것들이 있기에 그랬던 것 같다. 사실 BTS의 얕덕 수준도 아닌 자라 이 책을 통해 아미가 만들어내는 담론들 수준과 그 세계에 많이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던 것 같고, 아이돌 문화만큼 엄청나진 MD 세계에 또 한 번 놀라고, 그들을 바라보는 비남성성으로 얻는 인기에 대해서와 또 다른 관점으로서 그들이 취한 전략 등이 재밌었다. 소녀시대 GL팬픽을 접해보지 않은 자로서도 많이 가시화되지 않은 GL팬픽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파트였다. (소녀시대 덕질한 친구에게 바로 연락을…) 이성애 엔딩 해피엔딩으로서가 아니라 여성의 불감증과 오르가슴이 전면에 내세워지면서 사회에서 이야기되고 규정지어지는 하나의, 소위 ‘정상적’인 성적 관계가 아닌 다른 관계와 가능성의 장이었다는 것이.


그리고 아무래도 아이돌과 팬덤에서 많이 고민되는 지점은 이 덕질이란 것이 결국 거대한 소비층으로서 소환된다는 것일 텐데, 곁다리로 보는 입장에선 성찰을 요구하는 팬덤의 입장이나 어떤 사회 문제에 같이 지지하는 입장들도 보고 또 동시에 과하다 싶게(?!) 팬덤에서 아이돌에게 요구되는 것을 보면서 그것에 대해 연결짓거나 다른 방식의, 그 너머를 짓는 것이 관심사가 아니었는데 모든 것이 소비자로서만 ‘너’를 호명하고 그로서만 작동하기를 요구받는 팬덤의 다른 욕망, 다른 관계에 대해서 다룬 이야기가 유의미했다. 팬덤 역시 하나의 사회공동체이란 것을 여러 친구를 보아도 그렇고. (사실 지금과 다른, 대체로 수동적 수용자 위치로서 가능했던 시절의 덕질이 전부라 할 수 있는 자인지라 더욱) 또한, 이 이야기를 하지 없겠다. 이른바 ‘황금폰’ 정준영의 성적 착취•폭력들과 승리로 대표 이미지가 만들어진 ‘버닝썬’에 대해서. 다소 뜬금없어보인 제목, ‘탄광과 클럽’은 버닝썬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읽고 나면 제목 뜬금 다 사라져…) 버닝썬을 실제 소유하고 운영한 전원사업이 지금과 같이 호텔로 발을 옮겨 여성들을 착취하기 전, 석탄산업으로 시작되었는데, 그때도 어떻게 여성들의 성과 노동을 착취했었는지를 추적하는 파트이다. 어딘들 여성의 성적 착취와 폭력을 쥐고 남성사회를 만들고 돈을 만들고 흐르게 했는지에 대해 탄광과 클럽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여전히 이어지는 문제들.


갑자기 나타나지 않은 여성 청년들. 아이돌 문화 팬덤 속에는 늘 여성/청년들이 있었다. 그들이 페미니즘 의제를 껴안고, 도 팬덤 속에서 자리할 때 어떻게 그 조응을 만들어갈 것인가. 이후의 이야기가 우려되면서도 궁금하고 기대도 되는 것. 아이돌x팬덤x산업, 그리고 그 변신에 대해 페미니즘적으로 분석하는 페미돌로지였다.


<페미돌로지>, 류진희 백문임 허윤 기획, 빨간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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