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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대차

강민선_상호대차: 내 인생을 관통한 책

by 수수

책을 펼치자 ‘2020 여름, 소심한 책방’이라고 쓰여 있었다. 2020년 여름에 친구들과 여행간 제주에서 종달리 소심한 책방에 들러 책들을 둘러보다 산 책 중 하나란 뜻이다. 책장에만 두다가, 다른 말로는 책 나눔 속에서도 용케 살아남아 나의 구미를 여전히 당기는 책으로 읽게 되었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아직’이었던 책을 건져 올려 읽게된 것) 제목인 <상호대차>는 도서관끼리 책을 공유해서 빌릴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인데, 저자는 책이 한 곳에 머무는 게 아니라 찾는 사람에 따라 자리와 주인을 바꿔가며 이동하는 것에 착안하여 책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는지를 기록한 이 책에 제목을 붙였다고 했다. 과거에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을 다시 읽고 그 책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내 인생을 관통한 책’이라니, 이 문구부터 내 가슴을 두근두근거리게 한다. 비록 그것이 타인의 인생이라 할지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접점을 발견하고 확장하며 관계를 지속해 나아가는 것처럼” 책들과 그렇게 만나왔다는 저자의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나에게도 그런 책들이 있다. 그리고 책들과 만나는 시간이 그런 시간일 때가 있어서 홀로일 때도 책과 함께 즐거웠고, 확장될 수 있었다. 엄청난 외로움에 읽기 시작한 책이었지만, 정말 책과 읽기의 시간이 좋아져서 이제는 그 시간으로 차오르는 것이다. 제목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도서관 이용이 일상적이지 않은 나는 나의 책을 친구들에게 나누면서 책을 위치를 이동시키고, 친구들의 책을 빌리면서 책의 임시 만남자를 변화시키기도 하니까 우리도 우리 나름의 ’상호대차‘ 중이구나 싶었다.


나도 그처럼 잘 읽은 책뿐 아니라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경우를 잘 가지지 않는데, 다시 읽었을 때 너무 달라지고 실망되거나 감흥이 없는 책과 또 그런 영화를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잘 하지 않는 행위이긴 한데, 그게 무작정 나쁜 건 아니다. 그때의 내가 바라보지 못했던 걸 지금의 내가 바라보기에 가능한 실망일 수도 있으니까. 여하튼 그런 내게도 지금으로서의 기준에서 여전히 염려되지 않고 또다시 빠지는 책이 있는데, 황정은 작가의 <계속해보겠습니다>이다. 어떤 책은 그 책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가 풀어지게 하곤 한다. 이번 책도 그랬던 것 같기도 하네.


이 책에서 말한 책: <7번 국도>, <낯선 여인>, <독학자>, <내 친구>, <사소설>, <파씨의 입문>, <여름 거짓말>,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겨울 아이>


<상호대차: 내 인생을 관통한 책>, 강민선, 이후진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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