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구성권연구소_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
디디에 에리봉은 ‘우리 각자가 우리의 퀴어다움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리 각자의 퀴어다움을 숨기지 않고 가장 편안해야 했으면 하는 공간인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사람들의 집이 있다. 그래서 그 속에서는 퀴어하는 걸 잊어버릴 수 일상이 매일 가능한 사람들이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집이 있다. 주택 협동조합으로 만들어진 ‘무지개집’.
‘가족은 법적 규정이 아니라 실천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수행하며 보여주는 사람들. 같이 산다는 건 쉬운 게 아니고 언제나 좋음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지만, 기꺼이 함께 살기를 결정함으로써 안전하고 평등한 퀴어의 공간, 그 중에서 집을 만들어가기로 한 사람들의 행위는 그렇게 다른 모양의 가족-되기이기도 하다.
당연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매일 깨닫고, 다름을 확인하며 작은 것 하나도 조율과 협의해 나가야하는 ‘같이 살기’는 때론 복받침과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이성애 규범 사화에서 다른 방식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규범에 도전하고, 또 ‘새로운 우리’의 안전과 평등을 위해 넓혀져 가야할 일이기도 하다. 그런 지점에서 이전에 경험한 셰어 하우스가 아닌 ‘주거공동체’는 내게 여전히 바라는 상과 동시에 수정되어야할 고민들을 모두 품게 하는 귀한 경험의 시간으로 남아 있다.
결혼은 해볼만 해, 라는 이성애 결혼제도 속을 살아가는 이들과 이성애 연애를 사는 이의 대화를 들으며 결혼하지 않고도 우리는 살아갈 수 있어-를 지나 살아갈 만 하고, 살아가는 게 좋다는 것을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가고 싶단 생각을 했다. 더욱 더 규범의 시선에서 난잡하다 여겨지는 돌봄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야지.
<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 가족구성권연구소 기획•엮음, 오월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