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호_슬픔의 방문
‘망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말 망해 버리고 싶지는 않다는 사람, 장일호 기자. 정말 망해 버리고 싶지 않은 사람은 입에 망했다는 달고 살아도,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나는 저 문장에서 잠시 멈춰 본 적 없는 장일호와 매일 망했지만, 정말 망해 버리고 싶지 않아 서툰 허우적이라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이를테면 그들 중엔 나도 있을 것이다.
여러 책을 하나의 주제/이슈로 엮어 자신의 경험과 함께 빚어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그가 책을 통해 그랬듯 나도 그의 문장들에 얼굴을 묻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덮고 울기도 했다. 슬픔이 방문하면 그는 책을 폈고 그 시간은 슬픔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슬픔을 목도하고 그것에 자리를 내어주며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 좋았다.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지만 슬픔보단 기뻤다. 가난했던 삶, 엄마를 딛고 올라 나만 달라진 사회적 자원, 아픈 몸, 여성으로서의 다짐이나 수치들, 세상에 닿고 싶은 목소리들에 대해 책을 읽으며 많이 생각했다. 공감할 수 있어 좋았고 공감 받는 것 같아 고마웠다. 새해부터 좋은 글이 담긴 책을 만나 다행이야.
‘아프고 다친 채로도 살아갈 수 있는 세계’에 그도 나도 당신도 그러니까 우리가 존재할 수 있기를. 누군가를 불법의 존재로 치부하고 ’시민‘의 몫에서 맘대로 탈락시켜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믿는 세상이 아니라 그 곁에 서고, 손을 잡고 같이 같이 살아가자고, 살아가고 싶다고 말할 수 있기를.
<슬픔의 방문>, 장일호 에세이, 낮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