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젊고 아픈 여자들

미셸 렌트 허슈_젊고 아픈 여자들

by 수수

작년에 수술 받고 생긴 흉터/흔적을 거울을 보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신경 쓰지 않고 지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모양인가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한 내 몸의 흔적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 흔적의 자리를 통해 내 자궁에 있던 혹을 제거했다. 그건 꽤나 큰 혹이었고, 아직도 내 자궁엔 작은 혹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재발을 막기 위한 약을 매일 먹는다. 매일 동일한 시간에 먹어야 하는 작은 알약 하나.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부정혈이 나와 일상에 꺼지지 않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이걸 가지고 병원에 가야할까, 말아야 할까 하는 흔하디 흔한 그러나 지겨운 부작용.


그러게, 내가 갑자기 내 흉터를 보았었네, 하고 생각한 건 미셸 렌트 허슈의 <젊고 아픈 여자들>을 읽기 시작해서일 거다. 아니 맞다. 젊고 아픈 백인 여성이자 퀴어인 저자가 수많은 아픈, 아프고 젊은, 아프고 젊고 퀴어인, 아프고 젊고 퀴어이고 유색인인 여성들과의 이야기와 20대부터 고관절 수술부터 시작해서 여러 질환을 가진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 생애주기의 시간이 어긋나는, 생애를 교란하는 만성질환을 가진 아픈 몸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며 공감 받고 이해 받았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올 시간에 대해 여전히 잡히지 않음이 존재함에 대해서도.


‘나는 백색광이라든지 사람들이 죽음 직전에 본다는 것들을 보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더 이상 살아있는 것이 아닌 상태의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는 저자의 글을 읽고 2021년 여름이 생각이 났다. 호흡곤란이 와서 숨 쉬기가 힘들었던 그날.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실려갔던 그날. 정신이 혼미해지며 정말 이대로 죽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며 정신을 잃었던 그날. 그 상태의 경험은 참 끔찍하고 무서운 것이었다.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의 돌봄과 아낌을 받았고, 나의 아픔이 친구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분위기 깨고 싶지 않아서, 아프다는 것이 어떤 한계가 되는 걸 매번 느끼지 않으려고 그러지 말자고 해도 몸과 마음은 무리하게 되곤 한다.


우리의 몸과 건강은 일률적이지 않다. 다양한 아픔과 통증이 존재한다. 아픈 몸을 경험하고 경유하며 나이듦과 돌봄을 고민한다는 게 무엇일지, 그리고 그것을 안고 나아간다는 것이 무엇일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나’를 버리지 않고 잘 껴안으며. 부디 그렇게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기를, 살아가기를, 나이 들어가기를 바란다.


2023.01.24 여행지(치앙마이)에서 완독한 첫 책.


<젊고 아픈 여자들>, 미셸 렌트 허슈, 마티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빈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