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리_오늘의 세리머니
조우리 작가의 단 한 사람에게 바치는 프러포즈 소설을 읽었다.
”50년을 함께 산 두 여자가 지금 당장 부부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게 뭔지 아세요?"
이 하나의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나는/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누군가는 부부가 되기 위해선 당연하게 알고 있고 실행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도 없지만, 누군가는 생각해볼 수도 없던 상상력이거나 박탈당한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을.
혼인 평등에 대해 다룬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눈물이 났다. 사랑하는 이와 같이 살아가고, 원가족이 인정하는 모습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가지며 즐거워하는 모습에서도, 결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장면에서도 모두. 또한 나의 젊고, 젊지 않고, 결혼하고 싶어하고,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고, 혼자이고, 함께인 퀴어(/레즈비언) 친구들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껏 결혼을 꿈꾸지 않았고, 결혼이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결혼도 임신도 출산도 모두. 그 모든 것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친가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사랑은 옆으로만 확장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다르다. 하지 않는 것과 원하는 이들이 동성이란 이유로 혼인신고가 불수리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소설에서 동성 파트너들은 끝내 승인되는 혼인신고서와 법적으로 부부로 인정받을 수 없었지만, 슬프지만은 않다, 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나는 도선미의 싸움을 계속 보고 싶다. 나는 이 싸움이 이기길 바란다. 결혼하고 싶고, 가정을 꾸리고 싶어하는 나의 레즈비언 친구들이, 동성 커플이 그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결혼하고 싶어질 때, 그때의 파트너가 동성이어도 문제 없이 안전망에 들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선택이 자신들의 이유가 아닌 법제도와 사람들의 혐오차별로 가로막히지 않기를. 오늘의 세리머니가 특별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 동성혼 법제화 이후에도 세상은 망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그것을 보았고, 이미 많은 동성 부부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공무원으로서의 선미와 가경.
나는 그것이 특권이거나 누군가에게는 차별이 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당연히 아무렇지 않게 혼인신고를 하러 오는 이들의 혼인신고서를 수리하는 성소수자 공무원 아무개씨를 생각했다. 그가 매일 어떤 심정일지를 상상하며. 가능성을 한 번도 손에 쥐어보지도 못한 채 포기하며 살아온 이가 누군가의 혼인신고서를 승인하는 모습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오늘의 세리머니는 차별받아 배제되는 이가 그 차별과 배제를 만드는 시스템 속에 매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대체 어떤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걸까. 사회의 모양이 사람들을 차별한다. 우리는 이 모양을 바꿔야만 한다.
누군가가 울지 못하는 마음을 숨기고 웃고 화내는 모습을 나는 그만 보고 싶어지는 것 같다. 울 수 있을 때 울더라도 웃을 수 있는 웃음을 보여주고 싶고, 보고 싶다. 그것이 우리의 세리머니가 되어야 할 것.
<오늘의 세리머니>, 조우리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