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_세상과 은둔 사이
오랫동안 자신의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확신하지 못한 이야기, 어린 시절 남들과 내가 다르다는 감각으로 힘들었던 경험들, 벽장 속 은둔의 이야기, 차별 받거나 인정되지 못한 이야기, 그러나 그것으로만 삶의 모양이 전부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 삶의 이야기를 자주/많이 읽으려고 한다. 만나려고 한다. 더 이해하고, 더 나의 삶 옆에 붙이고 살고 싶어서. 바이섹슈얼로 정체화하고, 여성을 좋아하고, 여성과 남성과 연애를 하고 등등의 나라는 사람에게는 이것으로 곁에서 배제되거나 부정당한 경험으로서 존재하지 않아서 그것을 쉽게 여기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간과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니까. 나에게 아무렇지 않은 것들, 예컨대 퀴어문화축제에 발을 들이는 것이 내 친구들 중 누군가에게는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되거나 그 자체가 두려움이 되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등등 그 다양한 사이사이를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고, 나눌 수 있게 만드니까. 내기 서 있는 위치에서 다른 위치를 더 이해하고, 나의 경험과 다른 경험들의 만나 더 확장하고 알아가는 것이 ‘우리’들을 조금 더 깊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의 말에 의하면, 퀴어 이슈에 대해 잘 모르거나 두려워하거나 문리가 트이거나 해박한 “모두에게 말을 걸기” 위해 쓰였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 모든 부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때론 어느쪽이 강하게, 때론 경쟁하듯 밀어내듯, 때론 사이좋게. 나에게 책 속 글들은 어쩐지 끝이 아닌 것 같은 곳에서 마무리가 되는 감각이었다. 마치 이젠 네가 생각해볼 시간이라는 듯. 그러니까 책을 덮고난 후가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이 시작일 것이다.
끝으로 읽다가 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여전히 읽다가 만 상태인 <다크룸>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과 은둔 사이 : 벽장 안팎에서 쓴 글들>, 김대현 지음, 오월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