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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Sep 21. 2023

망설이는 사랑

안희제_망설이는 사랑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좋아하기’란 얼핏 뭐가 어렵고 무슨 문제가 있겠어? 쉬운 것 같지만, 곱씹어 보면 꽤 어렵게 여겨진다. 내 마음이 불편이나 어떤 이질도 없는 상태를 ‘정확히’라고 측정한다면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얼마나 고민스러움 투성이기 쉬운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게 아이돌이라면? 그냥 신경끄고 좋아하자! 하기엔 ‘논란’과 나의 삶이 동떨어진 별개의 것들로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90년대 태어난 이들을 인터뷰한 <망설이는 사랑>은 쉽게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했고. 걸그룹에게 ‘걸핏’하면 쏟아지는 성적대상화, 외모, 인성,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이나 반페미니즘에 대한 공격, 성/착취, 물론 이는 남성 아이돌이라고 다를 건 아니겠으나, 남성 아이돌 문제에서는 비교적 더 많이 불거지는 마약이나 음주운전, 성범죄 가해, 그리고 어느 영역이든 자유롭기 어려운 ‘학폭’ 등 ‘논란’들 속에서 ‘망설이는’ 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는 어떻게 아이돌 문화에서도 성격차/성차별적 요소가 짙게 작동하는가, 역시 다루고 있다.

 

<망설이는 사랑> 저자의 여는 글을 읽으며 ‘나’는 어떤가 생각했다. 분명 내게도 저자가 경험했던 시간, 그러니까 어떤 케이팝 아이돌 음악을 무시하며 싱어송라이터/인디음악에만 심취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이라도 아이돌 음악을 듣거나 아이돌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멸’의 마음에선 멀어진 듯싶다. 이건 나에게 책과 비슷한 마음 같은데, 한때 나는 “이런 것도 책이라고?” 무시했던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 글을 써보고 그 글이 쌓여 한 권의 책으로 나온다는 것의 수고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어떤 책에 대해서도 ‘경멸’하지 않기로 했다. 비록 내 취향은 아닐 수 있어도 말이다. 케이팝 아이돌도 비슷해졌다. 한때 대학에서 학점을 메꾸려고 들은 인터넷 강의 과제로 모 그룹의 음악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쓰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그 아이돌 당사자들로만 선택하여 만드는 결과가 아니며, 아이돌 시장 안팎에서 많은 영향들이 얽매이고 있으며, 실제 그 안에서 아이돌 멤버로서 구성되는 요소이기도 한 당사자들에게 어떤 문제들이 올 수 있고, 간과되곤 하는지를 모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는 글에 일단은 아이돌 팬이거나, 팬덤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나는 여기에서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할 만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아이돌과 팬덤에 (비록) 관심이 없더라도, 지금 시대 공론자의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 읽은 <시장으로 간 성폭력>에서 김보화 역시 공론장의 중요성에 이야기를 했는데, <망설이는 사랑>의 안희제 역시 그러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보다 ‘지금 시대’라는 것에도 중요했다. 이 책 덕분에 지금-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나는 그가 ‘마음’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했고, 이 책이 궁금해졌다. “행복, 불안, 기쁨, 증오,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에 대해서요.” 그것은 언제나 나의 관심사였고, 중요한 것이기에 내가 아이돌 팬이 아니고 팬덤 속 존재자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책을 읽고 후기를 정리하며 생각난 것이 있었다. 좋아했던 인디음악의 뮤지션들의 ‘논란’ ‘사건’들이 터지면서 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이쯤되면 남성 음악들은 리스크 안고 가는 거 아니냐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의 뮤지션은 아예 삭제했다. 덕후질이라 말할 수 없는 수준이겠지만, 얼마나 많이 그의 노래를 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범죄는 아니지만 ‘논란성’이 되는 뮤지션의 음악은 스스로 찾아듣지는 못하고 있으나 가끔 카페에서 노래가 나오면 그것 그대로 또 들으며 여전히 엄청난 노래라고 생각하고, 인용을 하거나 떠올린다. 아이돌이 아니었지, 나에게도 ‘망설이는’ 무언가들이 있는 것이었다.


<망설이는 사랑>, 안희제, 오월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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