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형,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그 대신 내가 있겠지.”
다른 건 다 몰라도, 다른 누군가가 곁에 있는 것까진 장담할 순 없어도, 이렇게 살다보면 적어도 내가 내 곁엔 있겠지. 저 짧은 한 문장이 마음에 파동을 만든다. 작가는 나랑 나이가 같다. 이 책의 ‘그녀’와는 경험 그 자체가 같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진 않다고 해도, 나와 그녀가 갖는 두려움과 답답함의 실체는 다르다고(만) 할 순 없을 것이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단숨에 읽게 된 건 그런 동질성과 고민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고한 가부장제에 편입되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혼자에 대한 불안감이 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의 말처럼 여전히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고서 거센 바람에 맞서 어찌 날아 가겠냐마는(비오가 말한 것처럼), 여전히 원치 않은 것들이 공고한 이 사회의 너무 큰 약속이나 당연한 질서 같아서 때때로 걱정이 성큼성큼 다가오고야 만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삼십 대 중반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개인이 괜찮고 아니고를 차치하고 보이지 않는 벽들이 자꾸 들이대는 것 같다고 느껴지곤 한다.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도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없었던 상상이 새로이 생겨나고, 더 많아지는 것에 지지의 태도들이 단단한 토대를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책에서 특정한 이름으로 불리지 않은 그녀. 내 이름이 들어가도, 당신의 이름이 들어가도 내 친구의 이름이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을 그녀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매일매일의 이 시간을 견디고, 바꾸고자 이야기하는 것일 테다. 어쩔 수 없음의 전제가 아닌, 온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삶이 많아지기를. 그런 나일 수 있기를, 내 곁의 많은 여성 친구들이 그럴 수 있길 바라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