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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Feb 10. 2024

몰입

패티 스미스_몰입


이 책은 ‘글쓰기에 헌신한 걸출한 작가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펴내고 있는 '나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라고 한다. ’어째서 글을 쓰지 않고 못 배기는‘ 것인지 패티 스미스의 몰입과 헌신에 대한 글로서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에서 그는 서서 글을 써내려간다. 그는 쓴다. ’우리는 글을 써야만 한다‘고. ’헤아릴 수 없는 투쟁에 참여하기 위하여‘, 글을 써야만 한다고. 몰입에서의 그의 글은 시와 같았고, 비와 같았고, 안개와 같았다.


<몰입>, 패티 스미스, 김선형 옮김, 마음산책


p20 아직 무슨 책들을 가지고 갈까 마음을 정하지 못했는데 택시가 너무 빨리 도착해버린다. 책 없이 비행기를 탄다는 생각만 해도 파도처럼 공황이 덮쳐온다. 딱 맞는 책은 해설사 역할을 해주고 여행의 톤을 결정하며 심지어 궤적까지도 바꿔버린다.


p38 좋은 날씨, 온유한 가벼움의 특별한 기쁨에 순순히 굴복한다.


p45 나는 무기력하게 평화로웠다. 비는 흩어져 사라졌다. 신발은 진흙투성이였다. 빛은 부재했으나 사랑은 있었다.


p67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아름다웠어.

 뜬금없이 불쑥 내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왜 추한 삶을 살아야 하니?

 그리고 사라져버렸다. 어머니와 아버지처럼, 마르틴처럼, 빨랫줄에 널어놨던 빨래처럼. 그물에 걸린 걸 흔들어 떨어뜨린 것처럼 별들이 나타났다. 유지니아는 별빛을 받으며 계속 생각에 잠겼다. 별은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별은 각자의 자리가 있다.


p81 시트를 사고 나서 그녀는 자그마한 레스토랑에 잠시 들러 스테이크 하나를, 그것도 큰 덩어리 하나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시키고 라지 사이즈 머그로 커피도 주문했다. 그리고 걸핏하면 목의 폭 팬 부분 바로 아래 걸려 있는 작은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이걸 위해 큰 대가를 치렀지, 후회가 아니라 뿌듯한 자긍심이었다. 그렇게 나는 필라델피아가 되었다, 라고 그녀는 나중에 일기에 적었다. 자유의 도시처럼. 그러나 나는 자유롭지 않다. 허기가 그 자체로 교도관이다.


p84 -어떤 일들은 미처 기억이 되기 전에 녹아버려요. 기차들이 기억나요. 삽시간에 터득했던 새 언어들이 기억나요. 거울 앞에 앉아서 고개를 모로 꼬고 머리를 빗고 있던 이리나 이모가 기억나요.


p127 내 앞의 말들은 우아했고, 통렬하게 아팠다. 내 손은 감응해 떨렸다.


p129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합창이 터져 나온다.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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