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M. 댄포스_사라지지 않는 여름
이번달 소퀴모 책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영화, <캐머런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의 원작 소설인 <사라지지 않는 여름>이다. 이 책은 누군가의 정체성을 ‘비정상’이라 규정하고 ‘선의’라는 이름으로 ’교정‘하기 위해 특정 시설에 보내는 폭력이 얼마나 억압적이고 끔찍하기까지 한지를 보여준다. 무엇이라 이름 붙일 수 없었던 관계를 ‘들킨‘ 후 캠은 ’사랑‘과 ’돌봄‘이란 이유로 가족들애 의해 동성애란 건 존재하지 않고 ’동서매력장애‘라고 하는 교정시설에 보내진다. 그곳에서 벌어진 마크의 자해는 아버지/원가족으로부터 비롯됨에도 그의 입원 이후 모든 통제 역시 그 아버지/원가족의 몫이 되는 폭력이 악순환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캠, 스스로를 찾아가는, 원치않는 변화로 꾸미지 않으려는 이야기, 연대기이다. 자신을 자신으로 계속해서 잊지 않고, 그러니까 ‘망각’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너의 존재는 거짓이라 말하는 사람들과 세상을 향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지키고픈 이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공감을 하게 한다.
“중요한 건 지워지지 않고 살아남는 것”
그리고 “ 계속 말하는 것“
<사라지지 않는 여름 1-2권>, 에밀리 M. 댄포스 장편소설, 송섬별 옮김, 다산책방
1권_p39 “좋은 시절이라서 그래." 나는 양복 입은 아저씨의 낮은 목소리를 흉내 내 대답했다. 집까지 가는 내내 우리는 아저씨의 목소리를 흉내 내기도 하고, 웃고 떠들면서 풍선껌을 불기도 했는데, 우리 둘 다 아저씨의 말이 맞는다는 걸 알았다. 우리는 정말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1권_p255 하지만 바로 그때 콜리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자 타이의 두꺼운 면 스웨트 셔츠 너머로 그 애 손바닥의 감촉과 무게가 전해졌다. 내게 필요한 것은 그게 전부였다. 나는 돌아서서 콜리의 얼굴을 찾았고, 그 애의 입술은 이미 질문처럼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순간을 사실 그대로가 아닌 다른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완벽했다. 아직 우리 둘의 혀에 남아 있는 톡 쏘는 술과 콜라의 단맛 속에 느껴지는 콜리의 부드러운 입술, 콜리는 나를 거부하지 않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콜리도 나에게 키스했다. 나를 팔로 안고 끌어당기고, 발목으로 내 허벅지를 감아왔다. 우리는 내가 신은 부츠가 빗물 때문에 물러진, 찰흙처럼 뻑뻑 한 진흙 속에 푹 잠겨버리는 바람에 다시 빼내지 못하게 될 때까지 그 자세로 키스했다. 콜리도 키스를 시작했을 때보다 내가 몇 센티미터 아래로 내려간 것을 보고 그 사실을 눈치챈 것 같았다.
2권_p17 나는 창밖을 쳐다보면서 코를 한쪽 어깨에 박고 콜리의 체취를 맡았다. 날이 엄청나게 더 운데도 나는 콜리의 스웨트 셔츠를 입고 있었다. 루스 이모가 내 옷인 줄 알고 남겨놓았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 옷도 콜리의 물 건들과, 우리가 이름을 붙일 수 없었던 지난 몇 주간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 사이였을 때 갖게 된 다른 물건들처럼 이모와 크로퍼드 목사가 상자에 담아 몰수해버렸을 것이다. 그렇게 빼앗긴 물건 중에는 프롬의 밤에 함께 찍은 사진들, 줄공책에 써서 50 센트 동전만 하게 접은 쪽지들, 고무줄로 묶어놓은 두꺼운 영화 표들은 물론, 말려놓은 엉겅퀴 두 송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2권_p187 “아들의 상태가 심각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어?” 제인이 말했다.
“아들을 그 지경으로 만든 건 그 사람 본인이잖아." 애덤이 코웃음을 치더니 일어서서 건초 무더기를 걷어찼다. "그 사람이 마크를 여기에 보내놓고 바뀌지 못하면 소돔 사람들처럼 지옥에 갈 거라고 했겠지. 그래서 마크는 노력했지만, 너희도 알다시피 실패했어. 왜냐하면 애초에 그건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마크는 생각했겠지.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부위를 잘라버리 자고, 정말 좋은 생각 아니야?"
“네 말이 맞아." 제인이 말했다. "이 모든 게 애초에 다 말도 안 되는 짓인데 마크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겠지. 그 사람은 진심으로 자기가 아들을 영원한 저주에서,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구해 낼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을걸."
2권_p190 “행동을 바꿀 순 있지만 리디아의 감시가 없어지는 순간 다 끝이거든. 그리고 행동이 변화했다고 해서 내면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내가 여길 떠나려는 거야." 내가 말했다. “물론 그 밖에도 이유가 백만 가지는 더 있지만 말이야. 난 더 이상은 여기 있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