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mal people

드라마, 노멀 피플

by 수수


“난 갈게”
“난 남을게. 우린 괜찮을 거야.”

드라마 <노멀피플>의 엔딩이 여운이 짙다. 내내 잔상이 이는 것 같다. ‘노멀피플’을 알게 됐는데, 원작인 책보다 드라마를 먼저 알게 돼서 찾아보니 샐리 루니의 소설이 원작이었다. 샐리 루니의 이 책이 유명해진 걸 나는 몰랐다가 이제야 알았네. 아일랜드 작가인 샐리 루니의 데뷔작 <친구들과의 대화>는 일전에 읽었던 소설로 조금이라도 다양한, 익히 알던 이들이 아닌 국가들과 작가들을 만나보려 했던 시도 중 하나였다. 나의 일상어이기도 한 책 제목도 이끌렸는데, 첫 책을 이렇게 잘 쓰다니! 좋은데! 했던 기억이 난다.

원작 소설의 출판사 서평만으로도 매리앤과 코넬을 생각하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 이 책을 얼른 읽고 싶네! 생각이 들어서 바로 주문을 했고, 그런 김에 이 드라마도 꼭 봐야겠다! 생각했다. 일단, 매리앤 역할의 데이지 에드가 존스라는 배우가 너무너무 매력적이다. 그리고 처음엔 엥? 매이엔 너무 아깝지 않니? 생각했던 코넬과 그 역할의 폴 메스 칼 역시 너무 너무 매력적이었다. 배우들도 매력적이었고, 매리앤과 코넬이라는 역할도 정말 속 뒤집어지게 답답하기도 해서 억장이 무너질 것 같기도 했지만, 드라마의 엔딩을 보고 나니 마음에 애잔하게 남고, 어디선가 살아가는 이들로 그려졌다.

사람들은 너희 둘이 너무 다르다고 하고 또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코넬은 말한다. “우리는 비슷한 관점으로 세상을 봐요.”라고. 물론 둘의 시작부터 그랬다. 친구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던 코넬과 외톨이었던 매리앤의 관계가 시작되면서 메스칼의 말대로 “코넬은 메리앤에 온통 빠져있어요. 코넬은 보지 않고도 메리앤이 어디에 앉아있는지”도 알 수 있지만, 코넬은 다른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한 매리앤과 자신이 엮여지는 걸 걱정했다. 그래서 코넬과 매리앤은 ‘합의하에’ ‘비밀관계’가 되지만, 코넬의 두려움으로 매리앤은 결국 상처 받게 된다. “나는 누구랑도 너랑 하던 것처럼 말할 수가 없어” 코넬의 말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매리앤의 상처를 없던 일로 만들 수 없었던 두 사람은 그대로 끊어지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매리앤의 삶은 너무 아프게 했는데, 사랑받은 경험보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부터 폭력 속에 놓여 있어 스스로를 사랑하고 타인을 믿기 보단 스스로를 학대하고 남이 자신을 나쁘게 대해도 자신이 그런 취급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치부해버린 매리앤. 코넬이 주는 사랑에도 겁이 나서 그 사랑이 떠날까봐 전전긍긍하지만,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나누지 못했던 매리앤. 그런 매리엔에게 “네 탓이 아니야.”라고, 또 “누구도 네게 그럴 수 없어.”라고 코넬은 말한다.

이후 코넬은 대학에서 외로운 시절을 보내고, 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생기면서 우울증과 공황 장애 질환으로 너무 힘들어하는데, 그걸 알고 이해하는 건 온전히 매리앤이었던 만큼 두 사람의 세계는 너무 다른 환경으로 이루어졌지만, 이해하고 공감하는 색깔을 가졌다. 두 사람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조금씩 변화되었다. 낮은 자존감의 형태를 바꾸어가는 것,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 일어서가는 것. 두 사람은 그렇게 “네가 내 삶에 있는 걸 계속 그리워했어.”라는 마음으로 서로가 성장해가고, 서로를 성장시킨다. 창의적 글쓰기 과정을 위해 뉴욕으로 가기로 결정한 코넬과 그런 코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지지해준, 그리고 이제 자신이 살아있는 삶을 살기 위해 뉴욕이 아닌 더블린에 남기로 한 매리앤. 다시 만나는 헤어짐에 함께 눈물이 왈칵했지만, 두 사람의 미소 지을 수 있었던 것처럼 그걸 바라보는 나 역시도 두 사람의 선택, 그 지금을 지지해.

아,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는 비중이 너무 작았지만, 책에서는 안 그러길 바라는 캐릭터는 코넬의 엄마이다. 코넬은 가난한 비혼모의 아들로 나온다. 그 가난한 비혼모, 매리엔의 집에서 청소 일을 하는 코넬의 엄마인 그녀는 너무 멋있는 캐릭터이다. 그녀는 코넬이 매리앤과의 관계를 숨기려 할 때 “걘 널 가진 자격이 없어”라고 매리앤의 편에 서 준 유일한 사람이다. 이제껏 매리앤에겐 코넬과 코넬의 엄마 외엔 그런 사람이 없었는데, 그녀는 끝까지 매리앤을 품어주고 사랑을 나눠준다. 그래서 이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서도 책이 너무 궁금해진다. 영상에서 캐릭터들의 표정이나 비몸짓언어들을 확인하며 같이 흐름을 갈 수 있어서 좋지만, 또 책은 그 영상매체와 다르게 다면적으로 인물들을 그리고, 맥락들을 덜 삭제하며 다룰 수 있을 것 같아서, <노멀피플>은 꼭 읽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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