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를 폐지하라!

아니 에르노, 사건

by 수수


아니 에르노의 <사건>은 임신중절에 대한 책이지만, 여타 다른 책에서 만나온 이야기들과 색채가 다르다. 아니 에르노는 “여자가 스스로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과 이제 더는 임신하지 않은 상태 사이는 생략되었다”고 말하며 그 이야기를 쓴다. 생리가 시작되어 “팬티에 비친 피를 볼 수 있기를 내내” 바라던 시간부터 시작하여 ‘그것’이 몸 안에서 사라지기까지를 적당히 타협 볼 생각없이 쓴다. “흐릿한 불빛에 잠겨” 배회하는 몇 달의 시간을 썼다. 임신중절이 불법이던 시대,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하기 위해 공감하고 응해주는 의료진을 찾지 못하고 여성 혼자서 공개 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 헤매던 시간을 쓴다. 뜨개질 바늘 따위 넣는 게 아무 일도 아닌 지경이 될 이야기들을 쓴다.

“내가 나로서는 잊을 수 없는 이 사건을 당시의 실재 속에서 과감하게 맞설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임신 중절이 이제는 금지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 이야기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낙태죄 폐지되지 않는한, 누구나의 안전을 기반한 성과 재생산 시스템이 촘촘히 짜여있지 않는한, 이 이야기는 끝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의 고통으로만, 잘못으로만 감당하고 비난 앞에 세워져야 했던 경험들을 그대로 두지 않기로 했다. 원치 않는 임신 경험을 누구라도 하지 않아야 하고, 원하는 경험에서 배제받지 않아야 한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공간은 사실상 낙태죄가 존재하여 사람들을 침묵시키는 곳이 아니다. 폭력으로 세대를 이어가고 거쳐가는 곳이 아니다. 낙태죄를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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