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후밀 흐라말,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은유가 가득한 보후밀 흐라발의 130페이지 남짓의 짧은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삼십오 년째 폐지를 압축하고 있는 한탸의 이야기이다. 1960년대 공산주의 체제의 체코가 배경은 한탸의 이야기는 공산주의에 반하는, 금서들이 계속해서 버려지고 폐지로 모아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책 속 문장처럼 가독성뿐 아니라 검열의 대상들이 되어. 작가 역시 그런 시간을 살아왔듯. 실제로 늦은 나이에 첫 소설을 쓰기까지 폐지 압축을 포함하여 다양한 임금노동을 거쳐 왔으며 체제의 감시 속에서 글을 써야했던 작가의 역사가 한탸에게 그려지는데, 그래서 나는 계속 ‘놓지 않고 산다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마흔 아홉에 첫 소설을 쓰는, 쓴, 쓰고 마는 마음이 어떤 마음일지 아득하게 그려보다가 놓지 않는 어떤 것을 생각하며 그 언저리라도 붙잡고 살아야지 싶은 그런 마음이 들었다. 계속해서 삼십오 년간 폐지를 압축해온 문장이 반복되는데 이것이 그에게 어떤 행위인지, 그를 설명할 수 있는 행위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유일한 것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마주쳤을 때의 당혹과 충격은 얼마나 클까. 폐지 더미 속에서 멋진 책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 그래서 오물 냄새가 날지라도 그 마음으로 매순간 견뎌오고 살아온 한탸에게 전혀 다른 노동과 질서가 부여된다는 것은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시대가 펼쳐진 이후에 만나게 되는 무력감과 압도감. 아예 차원이 다른 문제로서 그에게 다가왔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너무 시끄럽고 폭력적인 사회 속에서 자신의 고독의 세계를 견고하게 만들어 오고 지켜온 한탸의 폐지 압축은 사랑하는 것을 파괴하는 것이 모순적으로 느껴지지만, 어쩐지 그의 이야기를 만나며 나는 그의 그 행위가 변함없이 사랑하고 애도하는 행위라고 생각되었다. 그 일이야말로 그에게는 온전한 ‘러브 스토리’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