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생각의 글_5

by 수수


당글당글 모임날, 머리 속에 확 이끄는 글재료가 없었다. 무엇이 떠오른 것이 있긴 했는데, 좀 확실치 않아서 좀 더 머금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멤버가 모두 모였을 때 물었다. “오늘 쓸 글감 있어? 키워드 좀 줘봐봐.” 지난 모임 때도 한 친구의 글에서 뽑은 키워드로 글을 썼던 터라 오늘도 친구들 찬스를 쓰기로 했다. 마침 한 친구가 모임 장소로 오는 길에 본 붕어빵을 파는 푸드트럭을 이야기하며 겨울 하면 으레 떠오르게 되는 길거리 주전부리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했다. 음, 뭔가 글로 쓰기 어려운데? 싶다가 파바박- 하듯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아빠는 내가 어릴 때 잠시 붕어빵 장사를 했다. 주업이나 본업으로 한 건 아니지만, 갑자기 그 모습이 생각이 났다. 나의 부모가 헤어지기 전, 친하게 지냈던 한 가족구성원은 과일이나 채소 따위를 파는 가게를 운영했는데 그곳에서는 어묵이나 떡볶이 같은 간단한 분식류도 판매를 해서 하교 후 학원에 가는 길에 친구들과 우르르 가서 사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전인지 후인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그리고 그 가게 옆인 줄 알았는데 글을 쓰며 기억을 더듬으니 조금 떨어진 골목이었나? 싶게 정확한 장소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확실한 건 아빠가 잠시겠지만 붕어빵을 만들어 팔았다는 거다. 사실 그 외에 뭐 별다르게 기억 나는 게 없다. 그런데 왜 이게 갑자기 떠오른 걸까.

어쩌면 그 모습은 내내 가난해서 별 의미 없을지 모르지만, 잊혀졌던 가난의 모습일지 모르겠다. 세라 스마시의 <하틀랜드>에서 그녀가 쓰듯 가난한 사람들이 정주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이곳 저곳을 이주하며 사는 것이나 하나의 직업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이것 저것을 시도하며 밥벌이를 하는 것들은 그들이 유용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없는 와중에도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을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란 생각을 붕어빵이란 키워드를 들으며 떠올려본다. 그것으로 잘 벌고 잘 살기라도 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는 그러질 못했다. 그것이 우리의 지금들을 만드는데에 영향을 미쳤을 테지. 아빠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사람이 되었다. 가난한 사람. 못 배운 사람. 돈이 없는 사람. 일을 매일 하지 않는 사람. 노동의 대가를 잘 떼어먹히는 사람. 무능한 사람.

내가 좋아하는 붕어빵. 한때 어린 나에게 철없이 맛있는 붕어빵을 아빠가 팔아서 좋아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수치스러워했을지도 모를 붕어빵.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별 기억 아닌 잠깐의 것일지 모르겠지만 가난의 냄새를 생각하게 하는 붕어빵을 생각하며 오랜만에, 사실은 언제나 내 가슴 속 언저리에 박혀 있는 아빠를 잠시 생각했다. 더는 가난하고 무능한 그를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 다만 세상이 무심하게도 그 가난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내게 들러붙어 있음에 대해 나는 오랫동안 생각한다. 내가 내 부모를 부양하지 못함에 대해 내 스스로를 찌르게 하는 무거움과 짐과 감정들에 대해. 내 부모가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것으로.


: 오늘의 당글당글은 ‘붕어빵’(혹은 겨울하면 생각나는 길거리 음식)으로 약 15분-20분 즉석 글쓰기를 했다. 그 후 우리는 붕어빵 탐험대가 되었지만, 실패하고 국화빵을 사서 뇸뇸뇸 나눠먹었고, 다정하게 안녕!하며 헤어졌다. 오늘 글을 쓰고 읽고 들으면서 무슨 키워드든 가난은 뗄 수 없는 것 같단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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