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진영_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한편 현실로서의 성매매는 삶이다. 그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가 상호작용하는 역동적 시공간에 있다. 성매매 여성도 그러하다. 현재를 살지만 생애적인 시간은 직선적이지 않다. 당사자라 해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현실을 바라보고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한 조각들을 총체적 그림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당사자-되기’가 갖는 힘을 선택할 때다. 당사자-되기란 존재성에 대한 의미를 찾고 그것의 구성적·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행위성이 끼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것이다. 여기서 ‘되기’란 권력을 갖고 무의식적으로 소외와 배제, 차별을 일삼는 집단이 아닌, 소수자 되기를 지향하며 다수-권력-집단을 변화시키려는 이들이 취하는 것이다. 경험 당사자의 당사자-되기 선택은 엄청난 힘을 갖는다. 당사자-되기란 지극히 정치적이고 실천적인 장으로 들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경험 당사자가 갖는 제한적이고 상황적이고 상황적인 조각은 총체적 본질을 들여다보는 퍼즐이 된다.”
“하지만 결국 이런 나약함과 무력감이 ‘성찰적 운동’을 지속하는 토대라고 생각한다. 나는 언제나 옳지 않고, 나의 판단은 최선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매순간 그 자리에서 상황적 최선을 생각하려 노력한다. (중략...) 상담과 지원 활동은 시혜적 나눠주기가 아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바로 성매매 안의 나 인간적 취약함과 연약함을 가진 나를 만나는 것이다. 다만 이 보편적 공감 위에 보태어져야 할 것이 있다면 구조적 맥락에 대한 이해다. 이 구조가 인간의 나약함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특히 성매매 구조에서는 경제적 착취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중요하다.”
본격 책을 읽기 전, 살펴본 성매매 관련 용어만 봐도 그것이 얼마나 자본주의적이고 젠더 위계적이며 여성혐오적인지 대번에 알게 된다. 오프라인이 아닌 글로만 만나는 그는 더욱 단호하고, 어떤 결연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일단 글이 매우 잘 읽힌다. 신박진영 활동가와 같이 오랜 시간 현장에서 성매매 경험 여성들을 만나온 이들에게 빚을 지듯 나는 책을 읽는 것으로도 쉽게 무언가를 얻는 기분이다. 그들은 현장에서 ‘언니’들을 만나고 지원을 하는 것으로만 역할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현장의 경험과 목소리들을 안고서 많은 고민과 공부와 연구를 했기에 그렇다는 것임을 안다. 남성은 성욕은 참을 수 없는 것이라는 허상, 그 거짓말과 그 속에 존재하는 무수한 폭력들, 그리고 그 폭력의 용인들과 담합. 성매매는 빈곤-젠더-폭력이 참 말도 안 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친밀하듯 거미줄 같이 얽힌 관계를 이루고 있다. 성매매와 관련하여 혹 폭력과 참혹한 현실이 ‘일부’라고 한들, 그것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같은 시기에 읽었던 <나는 숨지 않는다>의 탈가정 청소년의 자립과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도 탈가정 청소년들이 탈가정 후 안전한 주거지에서 살아가고, 무시 받지 않는 임금노동 현장 등 존중받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생각을 하면서 이 사회는 성매매가 아닐 수 있는/ 아니어도 되는 안전장치나 선택지들이 어떤 것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얼마나 현실에 가까이 있는 걸까 물음표가 자꾸 잡혔다.
아는 사람이 쓴 책이라 그런가, 그와 그가 활동해온 단체의 이들이 얼마나 분투하는지 모르지 않아서 그런지 종종 찡하면서 울컥하는 순간이 있었다. 센터 덕분에, 센터와 함께 하여서 만날 수 있었던 그리고 연이어진 시간의 가능으로 마주하기도 하였던 ‘언니’들의 안전과 조금 덜 아픈 오늘들을 간절히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