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천선란_천 개의 파랑

by 수수

기존에 쓰던 소설과 자신이 동떨어져 있음을 깨닫고 새로이 글을 쓴 작가는 <천 개의 파랑>이란 소설을 쓰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라는 문구를 보며 지구와 변해가는 속도와 놓치고 가는 사람, 그리고 동식물에 대해 생각하며 소설을 썼다고 했다. 이 사실이 독자에게는 얼마나 다행이고 기쁜 일인지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사실 친구에게 이 책을 빌리고 읽어가다 초반에 덮고 한참이 지나 다시 읽기 시작했다. 뭔가가 내게 호응되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그것 또한 이 책을 읽고 나서 속도에 대해 생각하지 나쁘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처음의 속도만을 생각했다면 어떻게 마무리 됐을지 모르니까. 천천히 달리기 연습처럼 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이 그럴지도.

외롭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자유를 원하는 이를 생각하며 소프트휠-체어를 구상한 연재의 그 한 마디 “외롭지 않기 위해서요.”에 300페이지를 넘게 읽으면서도 느껴지지 않았던 울컥함으로 눈물을 참았다. 그런데 그건 단순히 그 한 마디때문이 아니라 그간의 연재와 은혜와 보경이란 세 모녀와 그들 곁에서 한낱 기계로 치부 받지 않았던 콜리와 또 복희와 지수와 서진과 민주와 그리고 달리는 것이 숙명이었던 말, 투데이의 오늘들을 이 소설에서 보았기 때문이겠지, 싶었다.

이해받기를 포기한 사람들. 내 의도와 상관없이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 사랑을 잃고 시간이 멈춘 사람들. 지금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메울 수 없는 간격이 생긴 사람들. 삶의 격차가 너무나 커진 열심히 사는 그 사람들. 하지만 좋아함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 사랑을 다시 시도해보려 하는 사람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 어려워도 한 마디를 꺼내기 시도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그들을 보며 느껴지지 않아도 사랑과 행복에 대해 인식하게 되어가는 콜리.

그리고 경마장과 투데이. 이것은 비단 말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 사회를 생각해보라.

참으로 파랑파랑하게 색이 펼쳐지는 소설이다. 파랑파랑하게 우울하고 슬픔도 가득했다가, 파랑파랑하게 시원함이 느껴지고 파랑파랑하게 사랑이 담긴.

좋은 소설을 만나는 건 그것을 읽는 이에게 정말 좋은 얻음이다. 그 소설을 쓴 소설가만이 아니라. 변해가고 빨라져가는 것들 속에서 놓치기만 하며 살고 싶지 않다. 이것은 그가 쓴 소설에 응하는 독자의 마음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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