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조_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by 수수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나에게 페미니즘은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도 좋다는 것, 모른다는 말로 나아가기를 시작해도 수치스러움이 아닌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나의 용기는 때때로 너무나 작아져 나는 그 모른다는 말 앞에서 차마 뒤돌아서진 못한채 망설일 때가 있다. 아니, 여전히 많다. 괜찮다는 것을 배웠어도 나는 여전히 부끄러움에 경직되는 자. 요즘은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그 앞에 서는 시도들을 한다. 그렇지만 이게 합리화가 되고 자기 이해 앞에 약하게 무너지고 말 것 같아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런 고민과 부끄러움에 대한 인지와 실패의 목격 속에서도 놓지 않음에 대한 것들을 이 책에서도 읽혀졌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단박에 마음에 들었고, 조금 울컥했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이라니 내가 글을 쓰고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갖는 ‘버팀’과도 이어지는 것 같았고, 지금의 나와도 만나는 것 같았다. 그가 이 제목을 가져온 연유를 따라가다보니 그럴만했다. 그러니까 꼭 눈물이 날 것 같았던 게 그럴 만했다. 나도 ‘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까 ‘지는 사람’이 되어도 괜찮은 사람. 하지만 그건 너무 어렵고 잘 되지 않는다는 걸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다. 왜냐면 내 자신의 부정과 경직에서 수도 없이 보았으니까. 실패를 거듭하지만,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길. 늘상 실패를 만나지만, 그건 내게 있어 여전히 생채기를 남기는 것. 허벅지가 터지지 않게 부드럽게, 의 길에 대해 생각했고, 생각하고 싶다고 또 생각했다.

그때그때 글자로 옮긴 그의 쓰기의 시간이 고맙다. 덕분에 이렇게 책으로 만나고 가슴에 들어와 생각을 하게한 제목을 만났다. 군데군데 조금 울컥하며 읽었고, 그가 제주에서 살기 전 만났다는 택시 기사님의 에피소드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그건 아마 내가 지금 제주이고, 제주의 일상을 가슴에 늘 품고 살아서겠지.

재치 있고 리듬이 톡톡 흐르는 완연한 작가, 요조 산문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모과나무를 들었을 때 한 걸음 그리고 이 책으로 한 걸음 더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번 제주에서도 무사의 그를 만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은 다음의 언젠가로 남기며 2021년 1월 제주에서 작가의 말이 담긴 그의 책을 2021년 2월 제주에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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