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와 마르셀라
베를린 영화제에 넷플릭스 영화 중 최초로 경쟁 부문에 있는 ‘엘리사와 마르셀라’를 보았다.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학교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엘리사와 마르셀라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책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물론 그런 아버지의 말은 틀렸다고 몰래 책을 읽는다는 엄마의 사연에도 눈길이 갔다) 아버지의 강압으로 다른 곳으로 가게된 마르셀라와 엘리사는 서신으로 서로의 사랑을 이어가는데, 엘리사는 편지 말미에 “너의 엘리사”라고 마르셀라에게 표현했다.
남자와 여자가 아닌 여자들끼리/동성의 사랑은 사랑으로 이해받지 못하고 ‘비정상’의 것으로 취급되었다. 3년 후 다시 만나 함께 사는 둘에게 마을 사람들은 끊임없는 의심을 보내고 폭력 속에 놓이게 된다. 엘리사는 마르셀라에게 지금이라도 다른 삶, 평범한 삶을 선택해도 괜찮다고 하지만, 마르셀라는 말한다. 너와 함께 하는 것이 평범한 삶이라고.
그러나 사람들에게 평범이 되지 못했던 그녀들의 이야기는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스페인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의 동성결혼이 된 1901년 그들의 결혼. (엘리사가 마리오라는 남장을 하여 세례와 결혼) 스페인은 2005년 동성혼이 합법화 되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그 시간동안 스페인에서는 이해받지 못할 ‘불법의 존재’였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스페인으로 추방하지 않고 둘의 관계를 이해해준 교도소장 덕에 그들은 떠날 수 있었다. 어딜 가든 이 여성 둘의 사랑은 어려움의 연속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고 서로가 필요했고, 서로가 같이 있길 희망했을 뿐이다. 그들의 사랑은 왜 유별난 다름이 되고, 평범이 되지 못하고 돌팔매질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지금은 달라졌나?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많은 나라가 동성애는 ‘불법’으로 규정되고 처벌을 한다. 한국에서도 동성애, 트랜스젠더 문제 등 성소수자는 차별 받고 혐오의 대상이 되기 쉽다. 어떤 성적 지향이든 어떤 성별 정체성이든 그 누군가의 존재함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이 레즈비언이란 이유로 마을 사람들이 집 앞에 찾아와 폭력을 저지를 수 없다.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것이 숨겨야 존재할 수 있는 것이 되는 일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 이젠 정말 이성애만이 정상이라는 틀은 사라져야 한다.
말을 타고 마음껏 달리고 싶다는 엘리사의 바람과 언젠가 말을 사주겠다는 마르셀라의 약속은 이뤄진 듯 싶다. 지금-여기의 수많은 이들의 사랑, 존재가 이어질 ‘내일들’에도 계속되기를 바란다.
(동성결혼 합법화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