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_ 아이카
영화 <아이카>를 보았다. 아, 이 영화는 어떻게 정리해야할지가 아직이지만, 기억과 다음을 위해 남겨둔다.
영화 <아이카>의 기본 정보는 이렇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모스크바로 온 20대 이주여성 아이카.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기를 낳고 첫 젖을 물리기도 전에 병원에서 도망친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로 복귀하지만 월급은 떼이고 다시 새로운 일을 구해야 한다. 일을 찾아 헤매는 거리에 무겁게 쌓인 눈처럼 고단한 매일이 그녀를 짓누른다.’
스물 다섯살의 아이카는 모스크바에 몰래 살아가야하는 체류기간이 지난 이주민이고, 안정적인 일터가 없고, 갚을 수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 빚을 진 사람이고. 성폭력 피해경험자이고, 그로인한 원치 않는 임신 경험 당사자이며, 출산 후에도 ‘도망자’라고 명명되는 사람이다. 그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여기서 먹고 산다는 말은 좀 맞지 않다 여긴게, 영화 속 그녀는 도통 뭘 먹는 게 없어...) 하혈을 휴지로 숨겨가고 젖을 홀로 빼내는 고통을 견디며 여기저기 일을 하기 위해 전전한다.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 감독의 영화는 (검색에 뜨는 것은) <아이카>가 두 번째 영화인 듯 하다. 영화 내내 내리는 눈마저도 힘겨울 지경인데,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숨도 쉬지 않고 고단이 몰아친다. 몸도 마음도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오들오들 떨려오는 것만 같았다. 영화는 찍는 방식이 배우를 따라가며 함께 걷는 듯해서 매우 흔들리고 근접해 있었는데, 그래서 더 어지러울 정도의 현실의 지독한 냄새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하지 못한 장면에서 영화가 검정 화면으로 바뀌고 이윽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 나는 그때야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떤 불안감에 차마 울지도 못했던 것이 밀려왔다. 아이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걸까. 지금의 아이카가 꼬박꼬박 일을 하고 안정적으로 임금을 받는다고 해도 언제가 되어야 그 큰 돈을 갚아내고 협박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아이카의 마지막 선택을 비난할 수 없고,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비록 영화는 그 선택 앞에서 ‘이후는 너네가 알아서 상상해봐’ 라는 걸 던지고 사라졌지만, 나는 아이카가 끝내 아이가 아닌 자신을 위한 결정으로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선택이란 걸 할 수 있는 걸까. 그런게 아이카에게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 미래라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고 내년이란 말도 너무 먼 것 같은 영화 <아이카>. 우리의 안식은 왜 이토록 꿈에서나 가능할 만큼 먼 곳인가.
이 영화를 다룰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고, 다양하게 나눌 이야기들이 많다. 가난과 이주와 여성과 성적폭력과 안전과 안정들 같은. (영화를 보며 영화 밖 현실의 ‘나’는 기본소득 생각도 많이 했음) & 아이카 역을 맡은 사말 예슬라모바. 그는 많은 말이나 몸짓이 아니어도 너무나 충분하고 강렬하게 그 속에서 아이카 자체였다.
아! 영화는 환경에 대해, 인간의 폭력에 대해서도 다룰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