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밤
나는 한때 당신과 연애를 하고 싶었다.
당신은 나에게 젊군요, 라고 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이 달랐다.
물론 비슷한 것을 찾으려면 너무 많이 다른 것들처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좋아하는 음식이나 좋아하는 배우나 취미에 가까운 행위에 대해서.
그렇다 해도 우리는 참 많은 것들이 달랐다.
세대도 외모도 사는 곳도 종교도 가진 역사도.
무엇보다 다른 것들보다 모르는 것들이 넘쳤다. 그런 것들 따윈 언제든 가득 찰 수 있지.
어쩔 수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 좋아하는구나, 생각하고 나서야 알았으니까. 때론 인식은 제 속도로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당신과 연애를 하고 싶었다.
끝없이 달리는 차 안에 앉아 하늘과 이어진 듯한 몽골의 길을 바라보며 당신을 생각했다.
사실 그건 이곳이 아니어도 아무 상관 없었지.
당신이 홀로 운전을 하고 바라보았을 그 바다의 그 하늘을 나는 시샘하듯 생각했다.
항상 누군가에게 기댈 팔베개를 그려왔는데, 내가 누군가의 팔베개가 되어주는 꿈이 당신으로 하여금 가능해졌다.
내 몸 어딘가에는 은연중에 당신이 존재하여서 어떤 책을 읽다가, 어떤 영화를 보다가도 울컥하곤 했다. 이미 여러 번 만나고 알아온 이야기인데도 처음 만나는 고통과 기쁨인 것처럼.
그래서 그 날 그 쑥스러움을 무릅썼어야 했다. 말이 없어 어색함이 넘칠지 모를 그 시간을 감당했다면. 사실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는 아무런 날의 하나이지만, 메시지 하나에 나는 또 그날로 돌아가 후회를 했다.
후회를 붙잡기엔 삶은 멈출 생각이 없어서 나는 금방 괜찮아지고, 그 하루의 시간으로는 인생의 대부분을 메울 수 없을 것이기에 또 이내 괜찮아지지만.
나는 그리 거창한 게 궁금한 게 아니다.
당신의 출퇴근 일상, 지금 무슨 책을 읽거나 무슨 음악을 듣는지, 오늘 혹시 짜증 나는 일이 있었는지, 무엇 때문에 조금 슬펐는지, 오늘 밥은 어떤 것을 먹었는지, 어젯밤은 잘 잤는지, 오늘도 일이 많았는지. 할 수 있는 게 한 개도 없어서 가상의 질문들은 금방 힘을 잃는다.
당신이 울음을 찾는 밤이면 나는 마음이 이리저리 서성거린다. 평온이란 것이 쉽사리 내뱉는 말과 달리 눈앞에선 보이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자꾸만 헤매게 되는 것 같다. 아마 당신도 그렇겠지. 오늘 보인 웃음이나 기운찬 단어들과 달리 집으로 돌아오면 사라지는 소리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외로운 당신을 자주 생각했다가 또 잊고 살아간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자기만의 것을 마음에 품고 산다.
그러니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어요,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