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영 감독_정말 먼 곳
<정말 먼 곳>은 일전에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예고편으로 보고 ‘아, 너무 보고 싶다!’ 했었는데, GV 일정이 있어서 영화도 보고 박근영 감독과 강길우 배우를 만날 수 있었다. 영화 속 “그럴려고 그런 거 아니야”라는 아우팅 장면과 그저 일상을 원했을 뿐인데도, 그것이 진우에게 너무 멀게만 느껴지곤 해서 펑펑 울면서 영화를 봤다.
영화는 동성애에 대한 성적 지향만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성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데,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정상가족’ 이미지를 곧이어 깨버리면서 동시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보여주면서 실제 이 사회에 존재하지만 잘 모르거나, 혹은 보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정말 먼’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지만, 사실은 너무 가까이 그리고 함께 살아가고 있고,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동명의 시에 영향을 받아 영화 제목을 짓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는데, 시를 쓴 시인에게 ‘정말 먼 곳’은 도달할 수 없는 곳이었지만 박근영 감독에게는 ‘안식처’라고 했다. 안식처라고 하는 것이 되려 얼마나 나에게 멀리 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정말 먼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 인터뷰를 읽으면서 조금 아득해졌다. 안식의 말을 붙이는데 그것이 멀리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이.
이 영화는 중점적으로 배치되는 배우들이 존재하긴 하나, 배우들 모두가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이 느껴지고 영화가 그걸 소홀히 한다는 느낌이 아니어서 좋았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와 인물을 다룬 태도에 대한 것들을 질문했는데, 감독의 말도 너무 좋았다. 진우와 현민, 진우와 문경처럼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었을 때 형성되는 것들에 대해서 각각 생각하며 고민했다고 했다. 예컨대 진우와 현민은 비슷한 삶의 궤적을 가진 것 같지만, 이들은 각각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왔고 그것이 어떻게 시련에 다른 반응을 보이고 어떻게 갈등을 만들고 그것이 어떤 슬픔을 만들어내는가, 그리고 현민이 진우의 선택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깊게 생각했다고 했다. 또 중만과 문경은 어떤 사람이었기에 진우와 현민에게 환희와 환대의 공간을 내주었는지를 생각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삶에서 무엇이든 품어주는 어떤 이를 만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조금 울컥했다. 영화를 보면서 진우와 현민으로서도 이입하고 중만과 문경으로서도 이입하고 그들을 혐오하며 쉬쉬하는 마을주민들에게도 이입했는데, 어떤 존재를 함부로 판단하고 쉽게 대하는 것들이 여전히 쏟아지는 지금-여기의 삶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이며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줄 것인가를 많이 , 많이 생각했다.
끝으로 이 영화로 강길우 배우가 너무너무 인상적이었는데, 무심하고 거친 면이면서고 너무 세심한 연기가 마음에 들어왔다. 강길우 배우는 진우의 외형을 이 영화에만 남겨두고 싶어서 촬영 기간동안 다른 작품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붙들고 있다보니 그 인물을 더욱 생각하게 됐고, 그것이 영화에 잘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그 기간이 고독하고 외로웠다고 생각했는데, 진우가 그런 인물이기도 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외로움이나 감정이 아닌 것이 영화에 남은 것 같다고. 배우의 그런 태도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이 영화를 보는 관객인 내게도 느껴진다는 것에 대해서.
이 영화를 보기 전, 개봉 예고 광고에서 강길우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메모해뒀었는데, 영화와 감독과의 대화를 하고 나니 그 영화 역시 꼭 봐야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