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난다

15분 즉흥 글쓰기

by 수수

[어쩌다 책]모임 첫 시간에 자기소개 후 15분 글쓰기를 했다. ‘기억이 난다’라는 시작어와 15분 시간만을 가진 채. 오랜만에 손 글씨로 쓴다고 글씨 날림..^^;; 기록으로 남겨둔다.


기억이 난다. 손문서가 앞에서 보던 바다가. 아마 자기소개 시간에 이내님이 말한 영동 이야기 때문이겠지. 나는 영도에서 태어났다. 태어났다는 것 외에는 내게 그다지 기억이 없는 곳인데도 어쩌면 내 인생에서 영도가 갖는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고향이 없다는 것이 살아온 평생에 어떤 이물감이기도 하면서 특별한 것이 되었다. 내가 만나온 많은 사람들은 ‘고향’이란 명명을 대체로 분명하게 가지고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고향’으로 묶이는 일도, 얽매이는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섬 같이 떠다니는 정서가 있었던 것 같다.

기억이 난다. 한 문장을 고민하다 쓰게 된 손목서가와 바다가 고향으로 이어질지는 이 글을 쓰기 전까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내 몸 안에는 여전히 ‘고향’과 관련된 어떤 감각들이 남아 있나보다. 고향을 떠나 이리저리 자신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떠난 곳에서 만났을 부모와 그 부모를 따라 또 낯선 곳으로 들어오게 되고, 이리저리 삶의 터전이라는 개념 없이 잠시 머무는 곳의 시간을 가진 나에게,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어떤 일정 온도로 이야기되곤 하는 명절이 갖는 평범성과 그로인한 낯선 이물감이 내 몸 어딘가는 남아서.

이럴 때 보면 내 몸 안에 내 삶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말을 체감하게 된다. 고향이 없어 나를 서럽게 했던 기억은 아마 내 세대에는 그리 많지 않을 거다. 그런데 명자는 어땠을까. 어떤 날 고향을 떠나 부모도 형제도 없는 곳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그녀에게 ‘고향’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는 요즘 무슨 글을 읽거나 쓸 때, 명자를 생각하는 것 같다. 명자의 이야기가 내 몸에도 차지하는 게 그만큼 많다는 거겠지. 그럼 명자는 어떨까. 명자의 몸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을 명자의 삶의 역사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그녀의 이야기가 내게 많은 건 여전히 이만큼이나 내가 그녀를 모른다는 거겠지. 그래서 오늘도 질문만 늘어간다.

이런 생각들이 이어지다보면 나의 글쓰기는 결국 명자와 내 몸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삶을 몸의 이야기로 본다는 것이 정확하게 어떤 방식으로 쓰여야 할지는 여전히 내게 어려움 투성이지만, 나의 삶의 궤적을 이야기하려면 내가 살아온, 살고 있는 사회와 동떨어질 수 없듯이 나의 몸과 그 몸을 만들어온 명자의 몸과 삶을 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기쁨과 환희의 모양보다는 상처와 설움의 무엇. 그것은 버리고 싶지 않는 고통의 것.

기억나지도 않는 고향의 바다에 같이 가자고 한 친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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