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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May 15. 2021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

백은선 산문_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

갇힌  같아요. 사방을 둘러봐도 벽이고, 애초에 출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82년생 김지영>에서 나온 대사가 너무 자신의 이야기 같아 미어졌다는 시인은 그 벽을 넓혀가고 있을까, 벽을 부수고 섰을까.


시인지 산문인지 그 경계가 애매하다기 보단 그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글들이 묶인 책의 제목은 너무 또 찰떡처럼 잘 만들었다. 다들 그럴 때 있지 않는가.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 그 싫고 좋고 이상한 힘으로 자신을 밀어붙이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고, 또 하루하루 견뎌가기도 하면서 오늘도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 그래서 나는 이 제목이 너무 단박에 좋아졌다. 사실 시를 읽지 않아 백은선 시인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지만(그럼 또 뭐 어때). 이 책 역시 정말 싫고 좋고 이상하다. 아마 연재했던 때를 알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그 느낌은 배가 될 테고 그럼 읽는 재미와 고통이 더 있을 것이니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추천한다.


나는 그가 나오고 보니 다른 벽과 같은 공간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그가 출구 없었던 그 벽을 부수고 나왔을 거라 믿기로 했다. 폭력이 폭력인지 모르고, 인내가 억지인지 모르고 감당하고 왔던 그 시간을 더 이상 살지 않기로 나온 이의 서러움과 사랑과 자기 분열과 같은 것들이 모두 다. 그는 이제 자신이 여태껏 해왔던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춰 자신을 지우고 사는 것에 진력이 났고, 그러지 않기로 했으니까.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마음이 그렇다고 하니까. 엄마로 시인으로 작가로 가사노동자로 선생으로 살면서 매일 갈기갈기 찢어진 그는 자신의 숙명을 파편의 대마왕으로 만들기로 했으니까 말이다.


‘이제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으니까. 나도 내가 누구고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걸 생각하고 고민하며, 나를 발견해나가며 자유롭게 살고 싶으니까.’ 그녀가 고요하고 투명하게 자기 자신을 것, 이길. 나 역시. (그녀의 말대로 보답은 시집으로 해야겠지. 그녀는 시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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