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후_휴가저택
서윤후 시인의 ‘휴가저택’ 매우 아름다운 문장들로 첫 시작을 연다. 그리하여 그 문장을 몇 번 눈으로, 입으로 읽어본다. 그리고 나는 그의 시를 읽으며 언젠가 오래 전 단종의 유배지였던 영월에서 보낸 겨울날이 생각이 났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시인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그때 우리가 쓴 시를 익명으로 그에게 내 보였다. 그는 내 글이 시가 아니라 잘 쓴 산문이라고 했다. 그때 그의 말은 나를 울먹이게 하면서 동시에 그때의 나를 살게 했지만, 지금의 나는 비로소 알 것 같다. 그것은 좋거나 훌륭함을 떠나 시였음을. 서윤후 시인의 시를 읽으며 시적-쓰기 그때의 내게도 말해줄 수 있음을. 그러나 이것은 절대로 서윤후 시인의 시가 만만해서라거나 별로라거나 혹은 아무 것이나 시가 될 수 있다는 마음에서 드는 생각이 아니다. 이 긴 산문시는 나에게 매우 아름다웠다. 그래서 사실 오히려 그런 생각은 전혀 없는데도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자꾸 마음에 차오른다. 그가 이 시를 쓴 경험이 ‘우러러볼만한 희망 없이도 해볼 수 있다는 게’ 기이한 경험이라고 했는데, 나는 어쩐지 그 글이 위로가 되면서 조금 울컥했다. ‘우리가 읽고 쓰는 참혹한 둘레에서 손과 손을 맞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그의 글을 생각하며 나의 손도 그 위에 얹는 것을 상상한다. 아름다운 시구들이 많았던 이 시집에서 그래도 하나를 골라봐, 라고 누군가 내게 권한다면 나는 “바다가 뉘우치게 한 것은 다정과 온기였다. 그건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입은 갑옷이기도 했다.”는 문장을 읊고 싶다.
홍승은 작가로 알게 된 서윤후 시인의 몇 년 전 시집을 읽다 김선오 시인으로 최근에 서윤후 시인이 새로운 시집을 낸 것을 알게 되었다. 별 것 아닌 우연들이 겹쳐 그의 시에 자주 나온 바다의 빛깔과는 다르지만, 바다의 물결 같은 순간이다. 3년 전에 나온 시집인데도 내가 최근에 산 버전이 여전히 1쇄이다. 그만큼 많이 팔리지 않았거나 잘 팔리지 않았다는 것일 테다. 그러나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아픈 몸’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고, 내가 쓰지 못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문장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쩐지 그가 나에게 용기가 되었다는 것을.
<휴가저택>, 서윤후, 아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