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 연 May 01. 2023

Love is Pain.

그럼에도 사랑은 축복이다.

사랑은 참 얄궂다. 문명이 태동한 이래 수 천년동안 사랑은 언제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생사의 중대한 주제였고 수백 번 세상이, 시대가 바뀌었으나 지금도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목숨을 걸고 인생을 얻는다. 이렇게 모두가 열망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나에게 좋은 것일까? 아니면 나쁜 것일까? 


사람은 희한한 동물이다. 타고난 신체에 비해 지나치게 고등한 두뇌 때문인지 삶에 의미를 갖지 못하면 유해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잘 살아내지 못한다. 그런 인간에게 사랑은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고통스럽거나 괴로울 때에도 도파민이나 엔도르핀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며 괴로움은 잊고 어떤 때는 쾌감까지도 선사한다. 이는 사람이 의미 있는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준다. 사람에게 있어 의미라는 것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에 사랑의 대상 또한 다양하다. 나와 함께 살아갈 반려자, 나의 자손을 잉태하게 할 매력적인 이성, 나의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는 나의 직장, 각종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많은 일들. 조금 극단적인 표현일지 모르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선명한 예시는 출산과 양육의 과정이다. 뼈가 벌어지고 살이 찢기는 고통으로 낳고 기르면서도 형용할 수 없이 벅찬 마음. 그리고 깊은 사랑, 뚜렷한 삶의 이유가 되는 힘을 느끼지 않는가. 그렇다면 사랑은 해야만 하는 일이 고통을 수반할 때에 자신을 속이고 달래어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치인 것인가......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고 나면 사랑은 오히려 저주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고통 어린 세상에 신이 내려준 배려인 것일까? 


그렇지만 이것이 무엇이든 내게 있어 사랑은 축복이라 말하고 싶다.


사랑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또한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을 준다.

사랑은 말라죽어가는지도 모르고 알 속에서 웅크린 내게 알 껍질을 찢고 깨어낼 용기를 준다.

사랑이 나를 너그럽게 했고,

겸손하게 했으며 감사하게 했다. 


그렇다면 사랑이 가져온 고통은 내가 감수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이라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리. 



본 매거진 '다섯 욕망 일곱 감정 여섯 마음'은 초고클럽 멤버들과 함께 쓰는 공공 매거진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희로애락애오욕' 중 '애'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필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