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혁신가] 01 시소
사계절이 아름다운 피아노숲은 파크를 찾는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다. 피아노숲의 나무를 건강하게 돌보고 사람들과 함께 나무 위 세상을 여행하는 단체 '시소'. 2015년 파크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이후 이제는 지역 곳곳에 실내 트리 클라이밍 센터 개관을 앞두고 있을 만큼 성장했다.
<선 넘은 혁신가>에서는 서울혁신파크에서 지역으로 외연을 확장해 활동을 이어나가는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곡성 제월섬에서 곡성꿈놀자학교를 통해 많은 이들을 숲으로 안내하는 '시소'의 소리(김명은) 대표를 만났다.
Q. 시소는 어떤 단체인가요?
시소는 수목 관리 전문가인 ‘아보리스트(arborist)’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기술 기업이에요. ‘트리클라이밍(tree climbing)’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나무 위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죠. 나무가 본연의 특성에 맞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해요. 수목의 건강과 사람의 건강이 공존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어요.
Q. 숲과 사람이 공존하는 문화란?
아보리스트가 나무의 건강에 중심이 맞춰졌다면 '트리 클라이밍'과 '밧줄놀이'는 사람들을 숲으로 나오게 해요. 숲에서 놀이터를 직접 만들고 매듭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부담 없이 숲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나무의 건강은 사람의 건강과 연결되고, 사람들이 건강해지면 사회도 더 건강해진다는 중심 생각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어요. 나무 뿌리가 썩거나 가지가 손상되어 떨어지면 사람들의 안전에도 영향을 주어요. 건강한 나무가 우리 주변에 얼마나 있는지가 우리의 안전과 직결되는 일이죠.
Q. 파크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파크에 입주할 때 피아노숲이 있어서 파크를 택했어요. 사람과 공간, 철학 모두 중요하지만 사실 저희에겐 나무가 제일 중요해요. 파크가 처음 생길 때는 정말 날 것의 모습이었어요. 파크 통째로 실험적인 공간이었죠. 덕분에 저희도 티 안 나게 시끄럽게 잘 놀았어요. 자유로운 분위기 속 수많은 전문가와 대표님들. 무엇보다 파크 안의 사람들과 함께 시작했던 그 공간이 좋았어요. 물론 쉬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하) 시끄럽지만 건강했어요�
Q. 시소에게 서울혁신파크는 어떤 곳인지?
시소라는 신생 기업과 어떤 신뢰를 기반으로 일을 할 수 있느냐라고 했을 때 ‘파크에 입주한 기업’이라는 사실이 누군가와 처음 계약을 맺고 일을 진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지금은 시소를 검색해서 찾아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혁신센터에서도 계속 홍보해 주시고 다른 사업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해주고 계시죠. 열 일 마다않고 응원해 주셔서 저희는 늘 든든해요.
Q.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피아노숲에서 공중 7미터 지점에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 다리를 설치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원피스를 입은 8살 여자아이가 올라가기 전부터 팔다리를 후들후들 떨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스스로 마음을 굳게 먹었는지 사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한발 한발 내디뎌 옆 나무까지 건너가는데 성공했어요. 나중에 땅에 발을 딛고 나서는 “야호! 만세!”라고 외칠 때 감동을 받았죠. 그 친구를 통해 내가 선택한 만큼 해냈을 때 진정한 자존감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이후로는 모든 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네가 하고 싶은 만큼 해도 괜찮아. 힘들면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면 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Q. 곡성으로 내려오게 된 계기는?
같이 호흡을 맞출 사람들의 성향과 색깔이 가장 중요해요. 곡성 관계자들을 만나 대화를 이어나갈수록 나무를 지키려는 모습과 생태적으로 개발하고 싶은 결이 참 닮은 것 같다고 느꼈어요. 곡성 전역을 둘러보았는데 난개발(종합적인 계획 없이 이루어진 개발로 인해 다양한 도시문제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개발형태)된 곳이 없더라고요. 넝쿨 하나, 나무 하나 제거하는 것에도 가슴 아파하는 분들을 보며 곡성은 희망이 있는 곳 같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제월섬을 선택하는 것부터 한 땀 한 땀 곡성군청과 함께 했기 때문에 애정이 가득한 공간이에요.
Q. 곡성에서 시소의 활동 목표는?
곡성에서 하는 일은 다시 곡성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자라고 생각하며 활동을 시작했어요. 곡성에서 올해로 2년 차인데 내년에는 지역민들을 전문가로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싶어요. 곡성 지역민들이 직접 트리 클라이밍을 지도할 수 있도록 집중 교육하고 다시 그분들이 곡성군청과 일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싶어요.
Q. 사람들이 시소를 통해 얻어 갔으면 하는 것은?
숲을 담아 가셨으면 좋겠어요. “나무랑 놀았더니 너무 즐겁다.”, “흙을 밟고 뛰었더니 너무 좋네”라는 강하고 즐거운 경험을 가져가셨으면 해요. 집에 돌아가서도 동네의 가로수나 집 앞의 흙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며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수 있도록이요. 결국은 나무가 건강해야 우리가 건강해지는 거니까요.
Q. 사람들이 숲을 담아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저와 직결된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의 건강이 저에게는 현실이었죠. 먼 미래나 철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아이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앞으로 살아갈 이 아이의 미래 사회의 건강은 중요한 이슈더라고요. 책도 많이 읽고 공부하다가 내린 결론은 '사람은 숲으로 나와야 건강하다'. '숲으로 나온 사람이 많아질수록 건강한 사회가 된다'였어요. 건강해진 사회에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Q. 파크 밖으로 선을 넘어보니 어떤가요?
시소는 선을 자주 넘는 팀이죠. 파크 입주도 새로운 선을 넘어서 들어간 거고 국외로 공부하러 나간 것도 국경의 선을 넘은 거니까요. 결국 선을 넘는 건 도전과 용기예요. 배고픔이 동반되기도 하고요.(하하) 하지만 조금 배고프더라도 성장을 위한 선 넘기가 필요해요. 선을 넘으면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거든요.
- 시소 '소리' 대표
* 시소(SEES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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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ㅣ서울혁신센터 홍보문화팀 박미란
영상 촬영 편집 ㅣ그레잇마인즈(https://greatmind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