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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혁신파크 Jun 05. 2018

[서울혁신파크 혁신가이야기]사회적경제법센더 더함 이경호

#03 이경호의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이경호<서울혁신파크>



“더불어 함께 사회적경제를 만들어간다는 기쁨”


다양한 종류의 포스트잇, 잘 깎은 연필들이 가지런히 담긴 필통, 클립 한 줌과 아이패드, 책과 서류들이 책상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창가엔 작은 화분과 출퇴근용 서류 가방이 나란하고, 책꽂이엔 법 전문서적은 물론 사회적경제, 협동조합, 마을, 혁신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분야별로 정리돼 있다. ‘법’ 만큼이나 치밀하게 공부하고 체득해야 할 부분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리라. 이경호 변호사는 대학시절,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고 싶은’ 꿈은 있었어도, ‘그건 법대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지는 포부’라고 덤덤한 목소리로 말한다. 다양한 분야들 중 아직 생소하고 낯설지도 모를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이유를 물었다. 투철한 정의감 때문만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그가 끝내 찾은 단어는 바로 ‘사람’이다.



‘사회’와 ‘경제’ 모순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묘한 울림  

로펌에서 프로보노 활동을 하며 사회적경제 영역을 만난 이경호 변호사는 7년 간 근무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유학의 기회 대신 서울혁신파크 1층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파견 근무를 선택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일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사회적경제란 말을 풀어보면, ‘사회와 관계된 경제’라는 말이더라고요. ‘사회’와 ‘경제’라는 단어의 조합이 모순적으로 들리면서도, 묘한 울림을 줬어요. 소득불균형, 청년실업 같은 문제들을 경제적 관점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사회와 연결시켜 해법을 찾는다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여겼고,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법률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해요. 우선 사회적경제 조직에서는 법인격을 결정하고 정관을 만드는 것부터 영업 관련 계약, 지적재산권,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 다양한 법률상 문제가 발생해요. 이에 대해 여러 기업의 법률 자문을 하고, 또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같은 중간지원조직, 지방자체단체 등과 함께 사회적기업들이 법률 자문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죠.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새로운 조직이나 혁신적인 시도가 많다 보니 관련 제도나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엔 제도 개선이나 입법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업무 중 하나예요. 무엇보다 이 영역의 변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것도 물어봐도 돼요?’ 질문하시거든요. 법률 교육도 꾸준히 하는 이유죠.”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영역은 유럽에 비하면 아직 초기 단계에요.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통과됐다면, 사회적경제와 각 주체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나 기본 원칙들을 갖출 계기가 됐을 텐데 많이 아쉽죠. 현재로선 사회적경제 영역을 포괄할 수 있는 법이 없어서 현행법령 틀 안에서 근거를 마련하거나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하기도 해요. 상위 법령에서 제도적 장치가 우선 마련돼야죠. 저희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는 법률전문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에겐 기업의 설립과 운영 이슈에 대한 전문 지식은 물론, 사회적 문제와 가치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이 변호사는 강조한다. 이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정확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딘가 박힌 돌처럼 무겁게만 느껴지던 법이 감정도 있고 빈틈도 보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사회현실이 다 변한 뒤 그걸 가장 늦게 반영하는 게 법이긴 하지만, 이 영역 안에선 선제적으로 법에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마지막에 따라가면 혁신 영역 안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시도를 받쳐줄 수 없거든요. 사회적경제 영역 내 전문 변호사가 더욱 필요한 이유죠.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이라는 이름도  ‘사회적 가치에 법적 전문성을 더하다’는 뜻과, ‘사회적기업들과 더불어 함께 사회적경제를 만들어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사회적경제 영역의 전문 변호사 조직이면서, 사회적경제를 잘 이해하는 변호사를 확산하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고 싶은 거죠.”


“사회적경제 영역에 있다 보면 영리 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능력이 충분한 분들이, 사회적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을 많이 봐요. 그런 분들과 협력하면서 사회적경제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보람이 있죠. 사실, 이 영역은 굉장히 더뎌요. 그럼에도 여기선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간다는 것이 굉장히 큰 가치인 것 같아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주에 가면 어디서나 한라산이 보이고, 또 저마다 개성 있는 수백 개의 오름이 있잖아요. 사회적경제를 이루는 기업들이 마치 오름같은 거예요. 경쟁과 배제를 통해 홀로 우뚝 서 있는 게 아니고 각자 개성을 갖고 공존하잖아요. 오름들이 제주를 아름답게 만들듯 사회적기업들이 더 많이 정착된다면 좀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글, 사진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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