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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혁신파크 Jun 08. 2018

[서울혁신파크 혁신가 이야기]윤하나의 공기핸디크래프트

#04 윤하나의 공기핸디크래프트


 


 

윤하나 공기핸디그래프트<서울혁신파크>



이곳과 저곳의 삶을 이어 만드는 작은 위로



공기핸디크래프트 스튜디오에선 익숙한 흙냄새가 났다. 바다를 건너왔을 나라밖 소생산자들의 수공예품과 흙으로 빚은 작은 잔들이 아직 마르지 않은 채 테이블 위에 올망졸망 모여 있었다. 오랜 시간 거친 손으로 다듬고 또 매만졌을 수공예품들은 어쩐지 거짓말 한 번 못해 본 사람처럼 수수하고 담박했다.

공기핸디크래프트는 핸드메이드 리빙제품을 제작, 판매하는 수공예 기업으로 제품의 70%는 지구마을 곳곳 소생산자들의 작품이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수공예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워크숍도 함께 운영한다. 윤하나 대표는 지난 1년 반 동안 세계 곳곳을 돌며 공정무역을 기반으로 한 수공예 단체들을 직접 만났다. 공기핸디크래프트의 제품들은 지역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오롯이 담되, 국내 작가들의 실용적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가치 있게 소비하여 오래토록 쓰기  

“홍보 일을 10년 가까이 했어요. 일이 너무 고되다 보니 3년마다 한 번씩 안식월이 있었는데, 첫 휴가지가 남미였어요. 첫날밤 숙소만 예약하고 떠났죠. 그때부터 제 인생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여행지에서 좋은 것도 많이 봤지만, 굳이 보고 싶지 않은 풍경도 많이 봤거든요. 글로벌 이슈나 빈곤 문제를 자연스레 접하고 생각하게 됐죠. 회사 업무상 NGO 단체와 소통할 기회가 꽤 많기도 했고요.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굿네이버스(국제구호개발 NGO) 해외 활동가로 지원해 네팔을 가면서 회사는 그만 뒀어요. 소심한데, 큰 결정은 빨리 내리는 편인 것 같아요. 무모하죠. 그렇게 네팔 활동을 하면서 공정무역 원칙에 대해 알게 됐어요. 아동노동 금지, 안전한 작업환경, 공정 임금, 선지급금 지급처럼 당연한 원칙들인데, 그것마저 잘 지켜지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죠. 공정무역이라는 말 자체가 곧 사라져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직장을 다니며 10년 동안 취미로 만들어온 도자기의 매력은 ‘정직하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연습한 만큼 나아지는 게 눈에 보였다. 결과물을 직접 만질 수 있고,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도 큰 기쁨이었다. 나라밖 수공예품들이 그런 그의 눈에 특별하게 다가온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느낀 건데,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공산품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어요. 모양이 일정해야 하고, 제품 가격도 공산품 위주로 세팅 돼 있죠. 수공예품은 저마다 다른 모양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좀 거친 모습들도 저마다의 멋과 맛이 있다는 수공예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해요. 요새 '단순한 삶'을 강조하잖아요. 아예 소비하지 않을 수 없다면 가치 있게 소비한 물건을 오래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공기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고요.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공기 제품이 조금이나마 여유를 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그래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로의 역행 아니냐고. 그러면 전, 그게 혁신이라고 얘기하죠.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인간에 대한 존엄도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해요.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의 가치와 다양함이 점점 잊히는 게 안타깝죠. 공기가 준비하는 워크숍도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가치와 즐거움에 집중해요. 가령, 전통주 플랫폼 '술펀'과 함께하는 '빚다'란 프로그램도 술잔만 만드는 게 아니라 정성껏 빚은 전통주를 시음하고, 그 술과 어울리는 잔을 나만의 느낌으로 표현하는 식이에요. 작품을 만드는 기본 방향만 알려드리고, 만드는 사람의 생각을 담아 자유롭게 만들죠. 하나도 똑같은 결과물이 없어요. 진짜 자기 것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미스터 뿌뚜와 욜란다를 아시는지



윤 대표는 국내에서 아직 발굴되지 않은 공정무역 수공예 단체들을 찾아 전 세계를 다닌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수공예단체들을 '맨땅에 구글링'으로 샅샅이 뒤져 이메일 인터뷰, 제품 샘플을 받아 추린 뒤 발품을 파는 식이다.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과테말라는 그렇게 찾아낸 공기의 수공예품들이 태어나는 곳이다.


“실용성을 포함해 우리 생각을 세세하기 적은 디자인 안을 보내면, 그 나라만의 소재와 전통 공법, 무늬의 패턴 등을 담아 제품을 완성해요. 소통이 쉽지 않죠. 샘플이 두세 번 오가고, 보통 한 제품을 위해 아홉 달 전부터 준비를 해요. 우린 효율 위주의 빠른 작업이 익숙한데, 문화나 일하는 방식이 다르죠. 일 년에 한 번씩은 힘들어도 생산자들을 만나러 가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서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온라인 소통도 한계가 있어요. 오랜 시간 작업하면서 쌓인 궁금증이나 섭섭함을 풀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죠. 그곳에서 만난 생산자의 이름을 따 제품 이름을 짓기도 해요. ‘꿈꾸는 욜란다’는 과테말라 생산자의 이름을 따왔어요. 욜란다는 어리지만 한 아이의 엄마고, 너무 예뻐요. 과테말라 소녀들은 어렸을 때부터 베틀 다루는 법을 배우거든요. 집안 살림을 하다가도, 밭을 매다가도, 아이 밥을 주다가도 베틀 앞에 앉아요. 생활 그 자체고 생계이면서, 또 오랜 전통이에요. 나무 제품의 이름은 '미스터 뿌뚜'예요. 뿌뚜 아저씨는 직접 만났을 때 자기가 만든 제품을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계속 물어보셨어요. 공정무역이라고 하면 우리가 도와야 할 대상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이 넘치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으세요. 그걸 느낄 수 있어 저도 좋고요.”


윤 대표는 손작업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길 바란다. 아날로그 작업의 플랫폼으로 생산자가 만든 제품이 가치 있게 오래 쓰이고, 수명이 다 한 제품의 쓰임도 함께 고민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 한 가지 바람은, 더 이상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분리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식으로 자꾸 사회가 분리되다 보면, 더 큰 벽이 생길 것 같거든요. 시대가 변하면서 완벽하게 분리돼 벌어진 그 틈새를 다시 잇는 게 공기의 꿈이죠.”



글, 사진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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