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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혁신파크 Jun 04. 2018

[서울혁신파크 혁신가이야기]이박광문의 물푸레생태교육센터

#02 이박광문의 물푸레생태교육센터

 

이박광문의 물푸레생태교육센터<서울혁신파크>



“자연이 있어야, 사람과 공동체도 살아요.”


“저기, 도롱뇽 알이에요!” 아이의 손가락이 고여 있는 물웅덩이를 가리킨다. “그걸, 어떻게 알아?” 대견한 듯 광문 씨가 빙긋 웃으며 묻는다. 긴꼬리원숭이들처럼 나무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놀다가, 지루해질 즈음 날다람쥐처럼 다시 숲을 오르는 아이들. 4월의 숲은 더할 나위 없이 울창하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광문 씨가 나지막이 울려오는 새 소리에 반응한다. “벙어리뻐꾸기예요. 들리세요? ‘봄봄’ 하고 울잖아요.” 굳이 답 할 필요 없는 질문을 그가 이어 던진다. “역시, 숲이 참 좋죠?”



동네 뒷산, 작은 습지,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새들의 가치

대학 학부 시절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탐조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박광문씨의 자연 이름은 꼬까직박구리에서 따 온 ‘꼬까새’다. 


“학부 때 탐조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친구들이 서울에 있는 다양한 자연공간에 갈 수 있게 하고 싶었죠.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이런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겠다, 생각한 게. 생태연구를 했는데, 사회에 적용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4대강을 반대하는 여러 움직임들이 있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처럼요. 이유가 궁금했어요. 현장을 알고 싶어서 귀촌하는 데도 가보고, DMZ도 가보고, 여러 환경단체에서 일했어요. 환경을 보는 제 관점이 조금씩 잡혔죠. 저는 늘 사람이 우선이에요. 4대강도 녹조 문제보다 그 지역의 공동체가 와해되는 게 더 안타까웠어요. 자연의 파괴는 지역, 공동체의 와해와 함께 간다는 걸 알았죠.”


그 즈음 물푸레생태교육센터를 만났다. 20여 년 생명운동을 이어온 ‘생태보전시민모임’ 운동의 한 축이던 ‘교육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막 걸음마를 뗀 단체였다.


“사실, 환경 이야기에서 주로 이야기되는 건 4대강, 북극곰 같은 굉장히 큰 이슈잖아요. 하지만 정작 내가 사는 지역 환경은 잘 몰라요. 그 이상으로 심각한 것이 지역 난개발 문젠데도요. 이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어요. 이슈화 된 큰 문제에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거든요. 무엇보다 그런 큰 이슈에서마저 소외당한 사람들이 있어요. 이렇게 지역 환경과 이슈 소외계층에 대한 대안을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요. 물푸레생태교육센터가 주목하는 게 바로 이 지점이에요.”


자연을 잊은 이들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법


그는 환경과 생태에 무관심한 이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생태감수성이라 믿는다. 

“우리가 가진 대안은 ‘공동체’예요. 지역의 자연 속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생태교육을 하고 그를 통해 주민이 스스로 생태 감수성과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도록 돕는 거죠. 그 공동체를 통해 환경을 살리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거예요. 현재는 강서구와 은평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골프장이 들어설 김포공항습지, 개발 논란에 휩싸인 연희동 궁동산 개나리언덕, 서울에서 사라져 가는 제비와 개구리 등이 우리가 주목하는 환경 이슈예요. 주민들과 지역에서 활동하며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바로 이런 것이죠. 지역을 속속들이 아는 분들이라 환경 이슈는 지역 안에서 자연스레 발견돼요. 가령, ‘맹꽁이를 찾아볼까요?’ 제안하면, 맹꽁이를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는지, 사라져가는 근본 문제는 무엇인지 교육활동가들이 직접 풀어 가요. 교육활동가는 숲해설가로 활동하시던 분들, 혹은 아이들 숲체험으로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된 학부모들까지 다양하고요. 저희는 이 분들이 지역의 환경 문제를 스스로 풀어가는 주체가 되도록 도와요. 지역의 자연을 바탕으로 판에 박힌 프로그램이 아닌, 진짜 생태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지역’, ‘공동체’, ‘생태감수성’ 이 세 가지가 사람들을 통해 지역에서 어떻게 꽃 피우게 할 것인가가 우리 과제예요. 쉬운 일은 아니죠.”


첫걸음을 뗀 지 1년 남짓. 광문 씨는 지역 환경과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가능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저희는 한 사람이 열 걸음 먼저 달려가서 ‘여기로 오세요.’ 외치는 운동 방식을 추구하지 않아요. 열 사람이 한 걸음씩 같이 나가도록 보조를 맞추죠. 심지어 그 한 걸음마저 제대로 다 걸었는지 알 수 없어요. 활동의 특성상 너무 느려서 아무 것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죠. 그 부분에서 갈등과 좌절이 있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계속 부딪치고 투닥투닥 싸우면서, 천천히 가요. 사람들 하나하나, 교육 하나하나 모두 제가 생각하는 성과죠. 그게 보람이에요.”



글, 사진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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