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내가 추구하는, 맛있고 행복한 맛의 경험을 취미처럼 좇아다니다 결국에는 취미로 음식과 미식 경험에 대한 글까지 쓰게 되어버린 나. 주변 사람들과도 그들이 맛있게 먹었던 음식과 맛있는 시간을 보냈던 음식점들에 대해서 얘기하며 서로에게 추천도 해주고, 이러저러한 맛에 대해서는 서로 전문가나 척척박사도 아닌데 전문가처럼 척척박사 같은 얘기를 나누는 시간도 많다.
내가 호텔조리학과나 외식업, 요리업, 영양학의 교수나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먹어본 나의 입으로 분석해본 미식과 그 미식을 경험한 시간들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그 행복했던 맛들을 잘게 나눠 더 맛있는 것들을 먹어보고 싶고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끔 떠드는 것이 나의 취미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사는 지역이나 아니면 다른 지역의 맛있는 음식이나 괜찮은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하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 아주 가끔 내가 불편해하는 주제들이 있다. 그것들에 대해서 나의 주관과 의견, 그리고 과거의 인물들의 발언을 섞어 나의 미식을 정의하고자 한다.
1. 내가 맛있게 먹은 음식, 식당만이 최고이다?!
A: comma씨, 여기 강릉에서 짬뽕 괜찮은 곳이 어디예요?
나(필자): 최근까지 경험해 본 곳으로는, 주관적으로, 저는 3군데 정도 추천드릴 수 있는데요, A반점이랑 B반점... 그리고
B는 평소에도 지도 어플에 지역의 맛있다고 방송에 출연한 집이나 대중적이고 유명한 곳을 별 표시로 해놓고 좇아다니며 그것에 대해 자신의 미각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참고로 필자와는 미식에 대한 기준과 취향이 다른 인물이어서 나도 B에게는 음식점이나 음식을 추천하는 것을 꺼리고 있던 차였다. 최근에는 강릉의 어느 중화요릿집의 짬뽕이 강릉에서는 최고라며 얘기를 하고 다녔는데, 옆에서 A와 나의 대화를 듣는 도중에 갑자기 불쑥, 버럭 하며 자신이 좋은 경험을 했던 식당을 강릉 최고 짬뽕집이라 주장하였다.
짬뽕의 방식은 다양하다
(분위기 잠시 정적. 불편한 공기를 헛기침으로 깨며)
나: 흠흠, 음... 저는 어디가 최고다 아니다, 이런 얘기는 드리기 어렵고요. 다만 A반점과 B반점, 그리고 이어서 얘기하려고 했던 C반점의 짬뽕들은 맛과 방식이 달라요. A반점은 국물이 무겁고 고춧가루가 텁텁하며 진하고요... 지금 주장하신 B반점은 황태와 째복(비단조개)을 넣은 말씀대로 해장하는 것과 같이 시원하고 달큰하며 균형 잡힌 맛이고.....(각 반점들의 장단점과 맛에 대한 표현과 설명이 이어짐)
하지만 지금 이 실제로 내가 겪은 대화의 B와 같은 인물이 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성격이나 생각을 가지신 분들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이나 독자분들의 주변인일 수도 있는 것처럼 굉장히 흔한 것이다. 자신이 먹어봤고 알고 있고 주관적으로 '최고'라고 결정한 집만이 실제 최고라며 주장하시는 분들, 생각보다 꽤 많다. 하지만 그러한 집들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맛있다고 할 수 있고, 그곳은 형편없다며 돈 아깝다고 하며 욕을 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내가 추천하는 식당들을 어떤 이는 맛이 없다면서 별로 였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자신이 최고라고 못 박은 곳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하여 그 사람이 미식을 모르는 사람이라거나, 입맛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에게 최고의 식당과 음식이 남에게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 반론을 제시한다고 해도 거기에 대해서 '뭐, 인마?!' 하면서 투닥거릴 이유는 없다. 갑론을박을 즐긴다거나, 굳이 불편하고 적대적인 상황을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내가 최근에 글을 적은 '물닭갈비'로 예시를 들면, 삼척시 도계읍의 물닭갈비와 태백시의 물닭갈비 맛을 두고 각 지역의 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물닭갈비가 훨씬 더 맛이 좋다면서 다투는 것이 흔한 일인 것처럼 말이다(필자 입맛에는 도계읍의 물닭갈비가 더 입맛에 맞았다... 태백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하지만, 이렇게 같은 음식, 다른 방식의 요리법과 맛을 갖고, 어느 한쪽의 맛이 더 최고다 혹은 낫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각 지역의 요리법에 대한 자부심, 고향과 자신의 추억과 경험에서 쌓아온 맛에 대한 자부심 등이 뒤섞여 다투는 것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꼭 도계 사람이 태백의 물닭갈비를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태백 사람이 도계의 물닭갈비를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으니까.
비싸던지 싸던지, 남들이 먹기에 맛이 있던지 없던지, 상관이 없다. 자신이 먹기에 맛있고 즐겁고 행복한 식당과 음식이 미식이다.
2. 유명한, 대중적, 값 비싼 '고급' 음식이나 음식점에서 먹어야 '미식'이며, 음식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미식가이며 귀한 사람으로 보인다?!
어느 음식점에서 이쁜 여자,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을 갖고 있던 중이었다.
친구B: 너 요즘 에스프레소를 찾아 먹는다고? 와, 에스프레소를?
필자: 요새 에스프레소를 먹는 빈도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야. 핸드드립이나 일반 프랜차이즈 커피에서 먹는 대중적인 커피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기도 하고, 빨리 나오고 빨리 마실 수 있어서 점심시간에 효율적이더라고.... 그리고 카페들마다 원두의 맛이...#^&$%&$&(카페들의 에스프레소 맛에 대한 어쩌고 저쩌고)
친구A: 맞아, 그리고 취향에 따라 리스토레토, 에스프레소, 롱고로 먹어도 되고... 이 에스프레소는 해당 카페, 커피맛의 근본이거든... 그래서 $*$^#&$%^$& (대략 카페의 커피 원두 맛, 샷의 종류,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콘파냐 등등.... 매우 방대하고 깊은 커피 지식)
친구B: 니네 이렇게 커피 얘기하니까 진짜 사람 고급져 보인다. 무슨 지식인들 대화에다가 나도 같이 격이 높아지는 느낌이야
필자:...... 어..... 아냐, 아냐... 그런 것은 아냐.
친구A: 하하하하하...(미안함이 섞인 웃음)
필자: 이런 음식이나 커피에 대해서 지식이나 미식 얘기를 한다고 해서 얘랑 내가 더 지식인이거나 뭐 사람의 격, 등급이 높거나 그런 거는 절대 아니야. 만약에 우리가 여기서 믹스커피에 다방커피 '2:2:2' 설탕 둘, 원두 둘, 프림 둘, 이런 거 마시면서 '역시 커피는 달다구리한 믹스커피가 최고지!'이런 거 얘기하고 있어도 우리가 덜 지식인이거나 격이 낮은 건 아니잖아. 음식에 대해서 좀 있어 보인다거나 잘 안다고 해서 미식가라거나 뭐 더 고급진 사람이고 그런 건 아니야.
커피는 못 참지
친구A는 현직 바리스타였고, 나는 에스프레소, 드립 커피 등 맛있는 커피를 좋아한다. 둘 다 평소, 이쁘거나 분위기 좋은 카페보다는 우리 입맛에 맛이 좋은 커피를 마시려고 카페에 가는 편이다. 그에 비해 친구B는 커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 먼저 에스프레소 얘기를 꺼내며 물어봐서 갑자기 대화가 진지한 커피에 대한 것으로 흘렀고 위와 같은 대화가 나온 것이었다. 친구A와 나는 친구B에게 '우리가 괜히 커피에 대해서 많이 떠들어버렸네...'라는 미안함을 공유했다, 그리고 친구B가 평소에 마시는 믹스커피나 달달한 커피 외에 자신의 커피 취향을 어떻게 더 찾을 수 있는지 안내해주며 커피에 대해서는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나는 그리고 이 대화를 여러분들에게 공유하면서 아래의 질문들을 던지고 싶다.
"평소에 입맛이 까다로우며, 고급 혹은 값비싼 음식을 먹는 사람이 미식가입니까? 격이 높은 사람입니까?"
"맛집으로 소문난 미슐랭, 블루리본 맛집들에 대해서 꿰고 있으며 웬만한 음식에 대한 지식을 다 알고 있으면 미식가입니까? 아니면 지성인이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습니까?"
재정적으로 풍족하고 음식에 대해서 소비가 아낌이 없다면 대중적으로 '고급지며 맛있다'라고 평가받는 음식이나 식재료를 자주 먹을 수 있다, 매일 같이 호텔에서 내놓으라 하는 요리사들이 요리한 음식들을 먹을 수도 있는 것이고. 언론이나 대중들에게 '미식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전문분야나 대체적으로 넓게 교양과 지식이 많은 편이고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나도 그러한 것을 많이 본다, 그리고 한 때는 그러한 편견에 빠져 '미식가'인척 살았던 지난날이 있었다, 매우 부끄럽고 민망한 시절의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위의 내가 던진 질문에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아니'라고.
미식이라는 것에 대한 기준은 누가 정했는가? 사람의 사회적 위치나 격은 누구 마음대로 정한 것인가? 대중적으로 맛있고 귀한 식재료를 먹는 것이나, 입맛의 까다로움이나 먹는 음식의 물리적 가치가 그것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미식가라고 해서 무조건 평이 좋은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는 것도 아니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듯이, 미식가에 대한 기준도 그렇기 때문에. 맛집들에 대해서 달관하고 음식에 대한 지식이 방대하다고 해서 지성인이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건 그저 음식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이다, 그게 다인 것이다. 미식가라는 얘기나 음식에 대한 지식이 사람의 격이나 등급을 만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무엇을 먹느냐, 어떠한 식당을 가느냐, 음식에 대한 지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미식가냐 아니냐, 사회적인 신분이 높으냐 낮으냐를 가름할 수 없다.
만약 어느 굴지의 대기업의 회장님이 미슐랭이나 유명 셰프가 인정한 음식을 먹으면
"역시 회장님"이라는 이야기가 곧잘 나오겠지만,
그 대기업의 제일 아래의 직급의 말단 사원이나 인턴이 그렇게 한다면
"너 입은 고급이네?"라는 이야기가 곧잘 들릴 수 있는 사회, 나는 싫다.
내가 예시로 든 이런 상황들은, 적어도 내 주관에서는 옳지 않은 상황이다.
출처: https://pxhere.com/ko/photo/770022
"천하에 나면서부터 귀한 자는없다(천하 무생 이귀자天下無生而貴者. 예기禮記)"
- 공자
그렇다, 사람 위에 사람이 없고 사람 밑에도 사람이 없다. 사람을 위, 아래에 놓는 기준은 없다. 대중들이 일컫는 '미식가'라는 칭호나 사람이 어떠한 음식을 먹고 음식에 대해서 어떠한 지식을 갖고 있느냐도 그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한다.
3. 자신이나 타인의 미식 취향에 대해서 '초딩 입맛' '막 먹는 입맛' '아저씨 입맛' 등으로 판단하며 무시하거나 비웃는다?!
직장 동료와 주변의 괜찮다고 생각하는 음식과 음식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던 중
A: 제가 입맛이 달고 짜고, 그러면 맛있다고 생각하는 ㅇㅅㄲ 입맛이라서요...
나: 네? 무슨 입맛이요? 무슨 그런 말이 있어요.
A: 제가 초딩입맛이라서요, 친구들이랑 같이 밥 먹고 그러면 ㅇㅅㄲ입맛이라고 욕 많이 먹어요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처음부터 이야기하고 싶었다. 입맛은 타인에 의해서 판단될 수도 있고, 그에 대해서 어떠한 타인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유이니까. 다만 그 입맛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하거나, 무시하거나, 비웃는 것, 그런 것들은 나는 매우 싫어한다.
단맛과 짠맛 등 단짠스러운 음식을 찾아 잘 먹으면 애들 입맛이라니...? 국밥, 제육, 돈가스 등등 남성들이 주로 선호하는 음식들을 먹는다고 거기에 '아저씨 입맛'이라는 말을 붙인다고...? 아무거나 다 잘 먹는다고 맛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막입'이라고 하다니. 이러한 사람의 '입맛'에 대해 일반화가 되어버린 단어들은 나를 분노하게 한다.
사람의 입맛, 즉 미각은 음식 경험과 기억에 의해서 7세 즈음까지 형성이 된다(출처: 중앙일보 2015.7.16자 "일곱 살 입맛 여든 간다 … 단맛 짠맛 길들기 전 채소와 친해지게 하세요"). 즉 어릴 적부터 무엇을 먹었느냐에 따라서 기본적인 사람의 입맛이 결정이 되고 나이를 먹으면서 신체의 건강과 변화에 의해서 변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어릴 적에는 생선회나 날 음식을 굉장히 싫어했는데,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니 회와 날음식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이를 먹은 것도 있지만, 살아오면서 경험과 음식과의 접촉들을 통해서 입맛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즉, 사람의 입맛에는 그 사람의 삶과 기억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이길래 그 사람의 삶과 기억을 판단하는가? 무시하는가? 비웃는가? 이러한 것은 만약 당신이 당신의 입맛에 대해 주변의 나쁜 소리를 듣는 입장이라면, 스스로에게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입맛'이라는 것 때문에 자신의 삶과 추억에 편견을 씌울 필요는 없다, 당신이 소중한 사람이듯 당신의 입맛도 소중하다.
내가 이전에 알던 어느 친구, 그 친구는 자신이 사람들이 얘기하는 '초딩 입맛'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일부를 얘기해주었던 적이 있다.
나는 그 친구를 생각해서 그 지역에서 유명하고 비싼 일식 초밥집에 데려가서 비싼 오마카세를 사줬던 날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생선회와 초밥 등은 잘 못 먹었는데, 마지막 즈음에 나온 나오는 식사류인 가락국수와 후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얘기했다.
"우리 집은 지금은 어느 정도 풍족하게 살지만 어릴 적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질 정도로 가난했어, 그만큼 돈이 없었던 거야. 그래서 초등학교 때까지 내가 먹고 싶었던 사탕이나 과자나, 다른 애들은 문방구나 슈퍼에서 쉽게 사 먹는 간식들을 거의 사 먹지 못했었거든. 그런데 중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사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용돈도 많이 받게 되니까 그때부터 어릴 적 못 사 먹어서 서러웠던 음식들을 마구 사 먹었지. 그래서 지금도 나는 음식이 달달하고 짭짤하기만 하면 다 잘 먹고 좋아해, 진짜 '초딩입맛'이지? 하하하..."
나는 그렇게 얘기하면서 웃는 친구를 보며 많이 미안했다. 비싼 생선이 올라간 초밥이나 회무침 등등이 나올 때는 젓가락을 무심하게 깨작거리면서 잘 안 먹길래 이 친구가 나에게 까다롭게 구는 것인지, 아니면 이 음식들이 하찮은 음식이라 안 먹는 것인지, 나를 무시하는 것인지 온갖 나쁜 생각을 다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얘기하며 천진난만하게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아이처럼 퍼먹는 친구를 보며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져 버렸다.
당신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 만약 나의 친구가 당신의 친구였다면, 당신이 '초딩' 혹은 '아저씨' 혹은 '막입'이라고 무시하거나 비웃는 친구의 그 입맛이 왜 만들어졌는지 듣는다면, 당신은 그 친구의 입맛에 대한 판단을 하겠는가. 그렇다, 생각은 자유다. 그렇기에 내가 당신의 판단을 막을 권리는 없다, 당신에게도 타인의 삶과 기억을 부정할 권리가 없듯이.
누구나 매일 미식한다
결론?!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 Savarin), 미식예찬 (1825)
그렇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미식과 미식가에 대한 기준은 없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만이 있을 뿐. 미식은 취향이다, 누군가는 이러한 맛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도 있다. 그것은 누가 옳고 틀림, 누가 높고 낮음에 대한 기준이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이 가진 취향이고, 그 취향이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 미식은 각자의 취향에 알맞은 행복하고 맛있는 추억이며 경험이다.
나는 항상 이렇게 얘기한다. 갓 태어난 아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상관없이 각자의 음식에 대한 취향이 다르다, 생각이 다르고, 기준이 다르다.
갓 태어난 아기가 어머니의 품에서 젖을 빠며 배불리 먹고 만족스러운 트림을 한다. 아기는 미식을 했다.
독서실에서 시험공부를 하던 학생. 공부하는 것이 너무 힘들지만, 아래에 있는 편의점에서 잠깐 먹은 삼각김밥과 빵이 그/그녀를 행복하게 했다. 학생은 미식을 했다.
군대에서 제설작업을 하다가 잠시 10분 쉬는 시간 중, 눈 속에 파묻혀 앉았지만 뜨끈한 컵라면을 한 그릇 먹으며 여유를 가졌다. 그 컵라면을 제대 이후에도 잊을 수 없다. 군인은 미식을 했다.
하룻 동안 너무나 힘들고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을 하다가 집에 겨우 들어와 내가 차린 밥이든 가족이 차려준 밥이든, 따뜻한 식사를 시작한다. 내 삶이 왜 이러나 싶은 와중에 별 것 차린 것도 없는 저녁 식사가 맛있어서 눈물이 난다. 노동자는 미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