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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로 Jan 28. 2022

반반, 살고 싶다

즐겁고 싶은 인생에 대한 고민

인생의 길을 걸어가다 보면 항상 두 가지 (가끔은 더 많을 때도 있지만) 길 가운데에서 한 길을 택해야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만만치 않아서 우리를 그리 쉽게 살게만 해주지는 않는 것이다, 빌어먹을 놈이. 한쪽 발은 저쪽에, 한쪽 발은 이쪽에 하나씩 걸쳐두고는 두 개의 길을 다 융통성을 발휘하여 갈 수 있지는 않을까, 꼭 극단적으로 한 길만을 선택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는 꼭 한 가지를 선택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어린아이부터 젊은이, 중년,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그러한 상황을 겪게 된다. 작게는 음식 메뉴를 정하는 것이다. 짬뽕과 짜장면, 양념게장과 간장게장, 부먹과 찍먹, 후라이드와 양념치킨, 마라탕과 청탕 등등... 그래서 옛적부터 슬기로웠던 우리 민족은 '반반'이라는 획기적인 메뉴와 그릇을 개발하며 '짬짜면'과 '반반 치킨'등 두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게 하여 적어도 음식 메뉴를 선택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행복을 놓치지 않게 한 것이다. 이 얼마나 미식의 행복을 존중하는 나라인가.


그리고 큰 개념으로는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라는 인생길에서 적게 벌어도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살 것인지, 아니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돈을 잘 벌고 먹고살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자신이 하고 싶었던 꿈과 일은 방 한구석 먼지 쌓인 책상 서랍 속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처럼 넣어둘 것인지 상당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생계 진로'인지 '적성 진로'인지 두고두고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러한 기로에 서게 되었을 때 다들 각자의 환경, 상황 그리고 계획과 이유를 기반으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일보 후퇴는 미래 이보전진을 위한 것이다 하면서 돈을 벌기로 선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죽 아니면 밥'이라고 하면서 확실한 적성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 이것은 비록 나뿐만 아니라 마음이 젊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갈등인 것이다.


나는 여태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왔다, 나의 가슴을 뛰게 하고 내가 할 때에 보람과 가치와 즐거움을 느끼는 그런 일들 말이다. 실제로 그런 일을 할 때에 결과도 좋고 삶의 만족감도 좋았다, 운이 좋게도 말이다. 나중에 폭삭 망해서 후회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망하는 것이 나중에 잘 먹고 잘 살더라도 '아, 그거 한번 해볼걸'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자이기 때문에. 내가 한참 어린 인간이라 그런 것일 수도. 한 번 사는 인생이고 가는 것은 순서가 없는 것인데,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어느 날 '로그아웃' 되어버린다면 억울한 일 아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요즘도 나는 하고 싶은 일과, 돈을 벌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많은 생각을 하며 갈등하고 있었다. 나의 마음을 뛰게 하고 웃음 짓게 하는 일을 하게 된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너무나 바쁜 일이라 결국 나는 지금 나의 행복을 함께 이루고 있는 이 이쁜 여자에게 미각의 즐거움을 지금처럼 주지는 못하게 된다. 결국 이 사람의 미소가 나의 행복을 이루고 있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나는 네가 해준 요리를 먹을 때 정말 행복해'


이 한마디가 결국은 나의 갈등을 끝내게 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이 뛰고 나를 웃게 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성이 잘 맞고 수입을 고정적으로 잘 벌게 해주는 현재의 직업에 머물게 되었지만 내 마음속의 작은 열정을 잊지는 않았다. 그저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면서 늦더라도 천천히 돌아가 보자는 생각이다. 배움과 일의 시작에는 나이가 없다는 것이 또 따른 나의 인생철학이니까, 인체의 노화로 인하여 몸이 따라주지 않을 수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내 삶을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반반'음식이 너무나도 부러운 것이다. 마음 내키면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짜장도, 불맛 나는 매콤한 짬뽕도 한 젓가락씩 먹을 수 있고... 탕수육도 소스를 불어서 긁어먹거나 튀김을 하나씩 찍어 먹을 수도 있고... 매콤한 비빔냉면을 먹다가 동치미를 한 사발 부어서 시원하게 물냉면을 먹을 수도 있는 그런 '반반'미식을 식사시간에는 우리 나름 쉽게 결정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인생에서 '반반'이라는 선택은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물론 즐거운 '반반'인생을 사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즐거운 일을 하면서도 먹고사는 것에 지장이 없는 수입을 얻는 그런 사람들. 하지만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잘 없다, 살면서 생각보다 '반반!'을 외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내 짬뽕을 먹다가 남의 짬짜면을 먹겠다고 갑자기 불필요한 지출을 만드는 것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반반'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즐겁게 '짬짜면'을 즐길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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