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일기] 강릉파스타 아스따, 강릉

강릉에서 파스타를 찾는 자, 포남동 먹자골목을 바라보라

by 김고로

강릉파스타 아스따는 강릉에서의 영업이 처음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말이다. 몇 년 전에 강릉대학교 근처 오래된 식당들이 즐비한 택지의 어느 골목에서, 현재와 같은 수제파스타 집을 하시다가 잠시 사라지셨었다.


그 이후에 어느 날 갑자기 포남동 먹자골목에 같은 이름의 수제파스타 집이 생겼다고 해서 이름만 들었었던 김고로였다. 그리고 어느 주말, 수제파스타를 먹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어난 김고로는 이쁜 그녀를 데리고 포남동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어차피 시내의 카페 시로울에서 커피 한 잔을 하러 나왔던 그들이라 강릉시내에서 포남동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김고로와 이쁜 그녀가 거주하는 곳에서 포남동으로 가는 교통편이 그리 좋지 않아서 김고로는 포남동으로 식도락을 잘 가지는 않는 편이지만, 포남동은 강릉에서도 식당들이 많이 밀집해 있는 곳이라 앞으로는 곧잘 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이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필리핀 음식점인 '카에나'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내려 큰길 뒤편에 자리 잡은 포남동 먹자골목으로 들어갔다. 노포로 보이는 칼국수 집들과 백반 집들, 고깃집들 사이에 문득 다른 분위기와 조명을 띄는 강릉파스타 아스따.


커다란 통창으로 벽을 대신하기에, 직사각형의 긴 매장의 우측은 열린 주방, 왼쪽은 바테이블로 파스타가 조리되는 과정을 보면서 즐겁게 출출한 위장을 부여잡고 음식을 기다릴 수 있다. 바테이블과 주방 위에 따뜻한 전구색의 조명 아래, 벽에 걸린 고리에 옷을 편하게 걸고 포크와 숟가락이 놓인 자리에 앉았다. 조명이 반사되어 베이지색으로 보이는 흰 벽과 천장을 바탕으로 원목색의 테이블에 흰색의 키 큰 의자.


김고로와 이쁜 그녀는 안쪽에 있는 자리부터 채워 앉고 메뉴를 살폈다. 처음 방문하는지라 김고로는 해산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 먹물면과 갑오징어, 관자, 새우, 케이퍼로 매콤하게 맛을 낸 대표메뉴인 아스따파스타를 주문하고 게를 좋아하는 이쁜 그녀는 바질페스토 크림과 손질된 꽃게살이 들어간 꽃게파스타를 주문했다. 거기에 애피타이저로 먹을 이번 달의 튀김인 관자튀김도 추가.


김고로와 이쁜 그녀가 들어오자 뒤이어서 다른 손님들도 들어와 사장님께서 혼자 하기에는 주문들의 양이 많으니 아내로 보이시는 분께서 주방에 합류해서 조리를 같이 하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삭하게 튀겨진 감자튀김과 곁들여진 관자튀김이 먼저 김고로와 이쁜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굵직한 빵가루를 몸에 두르고 큼직한 후춧가루를 끼얹어 나온 관자튀김이 짙은 금빛으로 노릇노릇 반짝였다. 고소한 튀김 냄새를 타고 매콤한 후추와 관자 특유의 바다향이 김고로의 후각 세포를 간지럽혔다.


바사삭


얇은 튀김옷 아래 쫄깃하고 육즙 가득한 관자가 김고로의 치아 사이에서 뛰논다. 커다란 관자요리를 먹는 일은 김고로에게 오랜만이라 짭짤한 조개가 이렇게 맛이 좋았나 싶었다, 거기에 온순하게 매콤한 후추의 향이 입과 목젖을 타고 서서히 올라오면서 혹시나 기름의 고소함과 만나 매력적이었다.



"후추가 맛있어, 매끈거리는 기름맛에 매콤한 향이 잘 묻어난다."


"관자도 쫄깃하네."


그렇게 튀긴 관자를 먹다 보니 이쁜 그녀의 꽃게파스타에 뒤이어 김고로의 아스따파스타도 등장한다.



김고로는 게살맛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바질페스토가 섞인 크림만 살짝 떠먹는다. 묵직하고 부드러운 크림이 입안에 찰싹 달라붙으며 바질향이 훅 올라온다. 은근히 달달한 게살의 존재가 느껴지지만, 김고로는 게 특유의 냄새를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금방 눈앞에 놓인 먹물면과 갑오징어 살이 올려진 아스따파스타에 집중했다.



육류 소스 위주의 파스타를 주로 주문하는 김고로에게 해산물 위주의 파스타는 큰 모험이었다. 그릇 위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커다란 갑오징어 살과 관자, 새우 거기에 먹물로 만든 면까지 해물 그 자체인 파스타의 맛은 어떠할까. 살짝 매콤하다는 설명을 보험처럼 믿고 김고로는 포크를 들어 올려 갑오징어부터 작살처럼 내리꽂는다.


우적우적


"오? 음?"



김고로가 우려했던 해물의 비린내나 잡내의 존재는 허락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갑오징어의 맛이다. 멀리서 보면 하얀 가래떡과 같은 오징어살을 씹을 때마다 오징어 특유의 탄력과 식감이 요동치며 짭짤하고 시원한 오징어 특유의 육즙을 내뿜는다. 김고로의 기우는 순식간에 기쁨으로 바뀐다.


"해산물 잡내가 하나도 없어. 엄청 맛이 좋은데?"


"그래?"


"응, 오징어 하나 먹어봐"


김고로는 이쁜 그녀에게 큼직한 갑오징어를 하나 건네준다. 오징어를 씹는 이쁜 그녀의 표정도 환해진다.


"오징어 맛있다."


"그치?"


김고로는 토핑으로 들어있는 케이퍼와 관자를 함께 집어 맛보기 시작한다. 톡톡 튀는 케이퍼의 산미와 이미 알고 있는 맛있는 관자의 살결이 부드럽게 찢어지면서 바다의 짭짤함을 김고로의 입맛에 뿌린다. 하얀 파도의 거품이 모래사장 위에 부스러지듯 감미롭다.



거기에 구운 파프리카가 구수한 불맛과 채소 특유의 달콤함으로 튼튼하게 균형을 잡아주니 짠맛과 매운맛으로만 파스타 전체의 맛이 쏠리지 않는다.


'토핑 하나하나에 각별히 신경을 쓴 느낌이야. 꼭 멋진 합체로봇을 만들기 위한 작은 로봇들처럼 말이지.'


김고로는 식사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빠르게 먹물면으로 손을 옮긴다.


'수제 먹물면을 먹어본 적이 있던가?'


김고로의 기억으로 먹물이나 다른 재료가 들어간 수제 파스타면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살면서 먹어볼 기회가 있지도 않았으니까.


집에서 간편하게 파스타를 먹기 위해 사용하던 공장형 파스타와는 포크로 엮어서 돌돌 말 때부터 손에 잡히는 느낌이 다르다. 뭐랄까, '생'면이라는 말처럼, 조금 더 살아 움직이는 유연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자신은 아직 살아있음을 온몸을 비틀며 표현하는 미꾸라지나 장어가 포크에 말리는 모습. 맛은 어떨까.



후룹


먹물 특유의 향과 짭짤함이 심심하게 느껴지면서, 면 중심의 단단함이 죽지 않고 살아 꼬들꼬들한 식감 위로 잘 삶아진 쫀득한 면발이 불안정한 어느 주식시장처럼 요동친다. 면발 하나하나가 쫄깃함을 잃지 않았다. 이런 생동감이 아마도 공장형 파스타와 생면 파스타의 차이겠지. 면을 반죽하는 사람에 따라서 기성 제품들보다 더 훌륭한 품질이 나올 수도 있을 테니.


김고로는 오징어를 다시 집어 먹으며 눈을 감는다. 고무줄 같이 위아래로 진동하던 면의 식감과는 다르게 스펀지처럼 치아의 공격성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며 수축했다가 다시 이완하는 바다의 단백질. 거기에 매콤한 기름의 맛과 통마늘, 파프리카의 으스러지는 달콤함, 시큼한 케이퍼로 혀를 싹 닦아내면 이것도 또한 파스타라는 한 그릇에 담긴 하나의 코스요리 아니겠는가.


'수제 면이 워낙 맛있어서, 사라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군.'


김고로는 조금씩 양이 줄어드는 검은 밀가루 덩굴들을 보며 포크를 만지작거렸다.


'하아, 먹으면 맛있지만 먹을수록 안타깝구나.'



파스타의 양과는 별개로, 파스타를 먹고 나면, 입안 전체가 위아래로 팔 벌려 높이뛰기와 스쿼트를 반복하는 기분이 들 정도의 쫄깃함을 더 느낄 수 없음이 슬픈 것이다. 그리고 김고로도 위장의 양은 한정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는가 싶다.



파스타를 빵으로 닦아내며 기름까지 깨끗이 비우고 나서 후식으로 나온 티라미수는, 디저트가 들어간 위장의 공간을 비워둔 김고로의 몫이었다. 커피에 적신 스펀지핑거, 하얀 마스카포네 치즈, 거기에 코코아파우더로 3층의 결을 만들어둔 모습, 김고로가 호주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하숙집의 아주머니께서 만들어주시던 티라미수와 같아서 심히 반가웠다.




김고로는 디저트 숟가락으로 티라미수를 한술 크게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잠시 쌉쌀한 코코아파우더 아래로 달콤한 스펀지핑거에서 커피의 향이 펑 터지면서 뒤에 달려온 크림이 유지방의 고소함과 무거움으로 혀를 싹 덮는다. 묵직한 단맛들이 폭포처럼 식도로 쏟아져 들어가지만 김고로의 저작운동과 맞물려 솜사탕 구름만을 입천장에 남기고 안개처럼 사라진다.


"와우. 이 티라미수 조금이면 정말, 달콤하게 식사 마무리네. 만족스러워서 웃음이 나와."



달콤한 마무리가 코스요리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 어느 셰프의 말처럼, 강릉파스타 아스따에서도 달콤한 마무리의 원칙이 모범스럽게 지켜지고 있었다.


티라미수 덕분에 학생 시절의 추억으로 잠시 돌아간 김고로는 옛날의 향수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일요일이라 제법 조용한 포남동의 밤거리로 이쁜 그녀와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