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고로 Feb 10. 2022

미식,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을 회복시키는, 미식

한국 전통요리의 큰 2가지 갈래는 수백년의 역사를 이어온 궁중과 절에서 수많은, 이름없는 (대장금님은 너무 알려져 버렸지만) 고수들에 의해서 명맥을 이어온 궁중요리와 사찰요리이다.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서양과는 다르게 음양오행등의 동양철학에 기반을 두고 한약재등을 요리에 활용해 사람들에게 의학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개발된 약선요리도 있다. 무협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약선'이 의학과 요리에 관련된 '삼황오제'의 타이틀 중 하나라는 것을 떠올리시겠다.


음식으로 인간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요리이기에 일반적으로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하여 요리를 하시는 셰프님들의 요리와는 많이 다른, 정말 잘 아는 장인 혹은 명인분들에게서 맛볼 수 있는 요리이겠지.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적으로 충남 보은, 속리산 자락에 한약재를 활용한 요리집들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왔다. 그 외에는 또 어떤 지방에 그러한 동네가 있을지, 식도락가라면 흥미가 돋는 주제다.


음식을 통해서 병도 얻고, 약도 얻을 수 있다, 물리화학생물학적으로. 하지만 음식을 통해서 우리는 힘들었던 마음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먹고 싶었던, 혹은 환상을 가져왔던 음식을 시원하게 주문해 먹으면서 '이게 바로 힐링이지'를 외치는 것이 제일 간단한 형태의 음식을 통한 회복이겠지. 나는 '치료'라는 단어보다는 '회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겠다, 원래는 괜찮은 상태의 몸과 마음을 다시 돌려놓는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음식이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치료하기 보다는, 그의 부가적인 작용으로 우리의 마음을 좋게 만들어주니까.


음식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줄 수 있다, 라는 것이 나의 강한 믿음이다. 몸과 마음은 분리불가능한 것이기에,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마음이 건강하면 몸도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서로 좋아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궁금했다, 음식과 식사에는 어떠한 요소들이 있기에 인간에게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영화, 드라마, 만화등의 매체에서 음식과 요리로 인하여 사람들은 울고 웃고 감동하며 우리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선사하는 것처럼, 그것들은 그저 허구의 이야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 나 자신으로부터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다. 우리를 회복시키는 음식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추억'과 '온정'이 담겨있거나 엮여있다는 것이다. 내가 담긴 것과 엮인 것을 구분하는 이유는 '누군가에 직접적으로 만들어진 요리에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과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에 상관 없이 그 음식이 사람으로 하여금 따뜻하고 기분 좋은 마음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을 회복시키는 그 음식이 대중적으로 맛이 있느냐, 없느냐는 상관이 없다. 주관적으로 한 사람에게 그 음식이 가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음식의 간이 안 맞고 정말 조리가 잘 안되어서 쉬운 말로 '망한 음식 경연대회 대상 수상'할 정도의 음식이라도 상관 없다, 그것이 어떤 사람의 따뜻하고 기분 좋은 추억과 연관되어 있다면 말이다. 굳이 먹지 않아도 그 모양만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 사람을 회복시키는 음식은 그 기준이 '맛'에 있지는 않다. 그것이 얼마나 그 사람의 마음에 '닿았냐'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음식에 무엇이 담겨있고, 무엇이 엮여있느냐가 중요하다. 음식이던지 음료던지 상관이 없다, 인간이 식사던지 휴식 목적으로든 섭취하는 것이라면.



짜장면은 따지고 보면 기름지고 열량 많고 짠 밀가루 음식이고, 길거리에서 파는 떡볶이나 어묵도 따지고 보면 약간의 생선살과 밀가루, 곡식의 가루와 조미료들이이 범벅이 되어 만들어진 저렴한 음식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음식들로부터 위안을 찾고 마음의 안식을 얻고 먹으면서 즐거워한다. 왜 그럴까? 어렸을 적 (어릴적 집이 엄청나게 잘 살아서 길거리 음식을 먹어볼 일이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흔하게 먹고 맛있어하던 그 때의 추억과 따뜻한 감정들을 불러오기 때문이 아닌가? 그 때가 어려웠을 때라도, 힘든 시기였더라도, 즐거웠던 한 때의 당시를 위로해주고 더 기쁘게 해주던 음식이기 때문에. 웃게 하고 울게 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어떤 힘든 하루, 혹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우연히, 혹은 계획적으로 방문하거나 주문한 어떤 음식. 당신은 우울하거나 슬픈 표정을 짓거나 혹은 사장님께 드리는 메시지에 이러이러한 힘든 일을 지나고 있다고 답답함에 토로해버린다. '이 사람을 단골 혹은 평생 고객으로 만들어야겠다'라는 계산적인 사장님이나 그런 것들에 '근데 뭐 어쩌라고'라고 반응하는 사장님이 아니라면 당신에게 음식 혹은 음료 등으로 인간적인 마음을 전하고 싶지 않을까, 그러면 서로가 서로를 회복시키는 것이 아닐까. 평소에 만들던 똑같은 음식이라도 '이 사람에게 소소한 위로를 혹은 온정을 건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조리하고 영수증에 그러한 위로의 마음을 적어주는 등, 서로 1도 알지 못하는 사이라도 사람을 하나 회복시키고 살리는 방법은 단순하다, 생각보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어느 현실적인 책 이름도 있듯이 말이다(물론 책 제목은 내가 인용하고 있는 목적과는 다르겠지만). 굳이 말이나 메시지 몇마디가 아니라도 좋다, 커피 한잔이나 빵 한조각이 될지라도 진심으로 정성을 다한 음식은 맛있어진다. 그리고 감동이 된다.


돈, 매상, 손님의 숫자, 맛 평가 등의 수치와 정보를 떠나 진심으로 판매되거나 주어지는 음식과 음료는 정말....맛있다. 집에서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집밥이, 나중에 먹지 못할 때가 오면 정말 맛있다고 생각되며 귀하다고 생각되는 것처럼.


진심으로 조리하고, 요리하고, 내리는 음식과 음료를 주고 받는 우리들이 되기를.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과 회복과 응원이 되는 우리들이 되기를. 나부터 그래야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그렇게 나는 소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식당(카페)이 손님을 끄는 요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