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전에 만들던 배추김치와 총각김치를 좀 쌌습니다. 같이 가서 우리 김서방이랑 같이 잡숴요..."
"알겠다, 장모가 건내줬다고 전하지."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거에요."
"복이라....명복을 얘기하는건가..."
저승사자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는 사자는 이해할 수 없는 감사의 표현을 뒤로 하고 명순과 사자는 도시 중심에 있는 저승터미널로 향했다. 반찬통을 쥐고 있는 반대쪽, 왼손목을 빡빡하게 감고 있는 스피릿-와치(Spirit-Watch, 저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착용해야하는 손목시계)를 힐끔 확인한 사자의 눈에는 상걸이 저승입국심사를 해야 할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들어왔다. 식당에 입장한 후 12시간이 지나면, '옥황상제의 특별한 행정명령'이라는 예외 조항이 아니라면 영가들은 무조건 저승입국심사를 받으러 가야했기 때문에,
'사자의 문을 사용해야겠군, 늦겠어.'라고 생각한 사자는 명순에게,
"계획을 변경한다, 사자의 문으로 가야겠어."
"네? 우리 버스타고 가는 것이 아니었나요?"
"시간이 없다, 버스를 타고 가게되면 상걸은 이미 심사를 받으러 간 후다. 이승에서 남아있던 너와의 업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 심사의 결과는 좋지 않겠지."
저승사자들은 그들만이 사용하는 특수한 시공간 통로가 있다는 것을 소문으로만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실제로 함께 지나가게 될 줄, 명순은 죽어서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자의 문은 사자님들만 쓸 수 있는게 아니었나요?"
명순이 궁금한 얼굴로 그게 가능하냐는 듯 묻자, 사자가 답했다.
"첫째, 우리는 시간이 없다. 둘째, 내 마음이다."
"......헐..."
"잠시 이것을 좀 들어라."
사자는 한손에 열무김치가 가득 들어있는 보따리를 쥔 명순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내밀었다, 명순은 짐을 건내받으며,
"사자님, 그이를 보러가기 전에 한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한손으로는 스피릿와치의 어플로 사자의 문의 목적지를 설정하고 본인의 저승사자패를 꺼내어 최종 인증을 하고 있던 그가 명순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고 답했다.
"무엇이지."
명순은 어떠한 것을 결정했다는 또렷한 눈과 앙다문 입으로 사자에게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인간이 열무김치를 이런식으로 그냥 먹게하고 싶지 않아요."
순간적으로 사자의 몸이 잠시 멈추고, 그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 사자 특유의 냉랭한 눈으로 명순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