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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로 Feb 24. 2022

돼지등뼈와 우리

뼈찜과 진지한 이야기

저번에도 속초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아내와 함께 속초의 이 등뼈 요릿집을 가서는 뼈찜을 먹는 중이었는데 문득 이 돼지의 등뼈는 우리가 아는 어떤 것들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튼튼하고 무너지지 않게 잘 짜여있으며 생명체의 삶의 기반을 유지해주는 필수 불가결한 유기 구조물.


하지만 우리 인간들도 평소를 살다 보면 우리가 가진 이 척추에 대해서 큰 감사함을 느끼면서 살지는 못하듯이 동물들도 그랬을 것이다. 동물의 척추를 보아도 '야, 그거 참 맛이 좋겠다'라고만 생각하며, 허리 디스크로 고생과 고통의 영겁의 시간을 지낸 이후에야 척추와 허리디스크의 고마움을 느끼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 꼭 있어야 하지만 감사함을 크게 느끼지는 못하는 존재.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그것이 정말 '당연'하지는 않는 존재들.



내가 아는 어느 친구의 아버님은 '환경미화원'이시다, 흔히 '청소부'라고 일컬어지시는 고마운 분들. 우리 눈에 잘 안 보이실 때에도, 보이실 때에도 묵묵히 자신들이 맡은 지역의 청소를 책임지시며 그분들이 일을 안 한다고 생각되면 어떠한 일이 초래될지는 뻔히 알 일이다. 환경미화의 일을 하시는 공무원이신 그 아버지는 내 친구인 그 아들에게 최근 환경미화원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다고 했다. 그 '조심스러운' 권유는 환경미화원 혹은 청소부라고 불리는 이 고귀한 직업이 사실상 사회에서는 어떠한 대우와 편견을 받는지 드러내는 물음이다.


나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물류업에서 종사하신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택배 아저씨 혹은 물류 상하차 근로자이시다. 지금 이 시대에 택배는 빠르게 정확히 오는 것이 당연하고, 그저 인터넷으로 클릭 몇 번으로 시키면 집까지 배달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내 물건은 빠르게 와야 되며 조금이라도 늦게 된다면 쉽게 ' 기분 나쁜 소리'와 '의문'을 받게 되는 그런 일. 아버지께서는 자신이 하시는 일이 자부심과 기쁨을 느끼며 일하신다, 가끔 몸의 어딘가가 쑤시실지는 몰라도 고기구이에 소주 한잔, 담배 몇 개비면 말끔하게 치료가 되는 그런 일. 하지만 최근 뉴스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각종 썰로 들어보는 그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어떠하였는가.


위에서 내가 얘기한 직업들 외에도 사회가, 정확히 얘기하기는 사회를 이루는 우리들이 함께 만들어놓은 편견과 생각의 차별과 오해를 받는 그런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숫자의 셈이나 공부를 못했으니까 이러한 알바나 종업원이나 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 패스트푸드 혹은 식당의 노동자들,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 사람들처럼 더울 때 더운 데서 일하고 추운데 추운 데서 일하니까 저렇게 되지 않게 공부하라는 말을 듣는 건설노동자 혹은 '인부'라고 듣는 사람들, 국가에서 인정한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아줌마'와 혹은 '할 일 없으니 하게 되는 직업'으로 주로 불리는 요양보호사들, 사실상으로는 어느 회사 혹은 대형마트의 정식 노동자가 아니라 '노예'혹은 '소모품'과 같은 대우를 받는 여러 직장과 현장의 '비정규직', '계약직', '인턴' 등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


양념과 육수에 잘 버무려져 잘 삶아진 달콤하고 부드럽고 쫄깃한 그 고기가 그 형태를 유지하고 맛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단하고 무겁고 육수 내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는, 먹지도 못하는 등뼈가 필요하다. 그 살이 우리에게 제공이 되기 위해서 등뼈는 묵묵하게 자신의 위치를 잡고 있는 것이다. 사회에서 삶을 살면서 달콤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평소에는 잘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사람들이 튼튼하게 자신의 자리를 사수해야 하고 무너지지 않게 잘 지켜주는 수고가 필요하다. 그러한 등뼈와 살 위로 자잘하고 하찮아 보이는 콩나물들이 모여 아삭하고 상큼하게 양념의 맛을 배가시켜주는 것이다.



미식을 위해서는 식재료들 간의 조화, 맛의 균형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그 직업의 보수, 하는 일 (대한민국에서 범죄로 취급되는 직업은 제외하겠다), 사회적인 위치 등등에 관계없이 사람과 하는 일 들이 어우러져 행복한 삶을 사는 사회를 구축한다. 모든 직업은 고귀하기 때문에.


그저 돼지등뼈찜 하나 갖고 뭘 그렇게 진지하고 재미없게 글을 쓰고 얘기를 하냐....라고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최근에 뉴스에서 보는 사람들과 그 직업들에 대한 화가 나기도 혹은 슬프기도 한 여러 이야기에, 돼지등뼈라는 하찮았던 재료로 만든 고급스러운 음식을 보니 이러저러한 생각을 담아내기에 좋은 주제라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개인이라고 할지라도,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말을 해야 한다, 배우고 읽고 자신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모여서 알리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저 가만히 있다 보면 꿔다 놓은 가마니가 되는 것처럼,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사람이다, 먹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또 언젠가 등뼈를 활용한 감자탕, 뼈찜을 먹게 된다면 그 뼈들이 우리들, 우리 사회를 위해서 지금까지도 해오고 있는 그 수고를 조금이나마 기억해주기를. 그리고 힘내서 살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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