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날씨가 포근해지더니
내 마음도 일렁일렁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음악을 듣지도 않으면서
들려오는 가사에 하나씩 의미 부여하고
애정하는 영화들을 보며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하더니
내 마음은 감당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로 점점 무거워져 버렸다.
지나간 인연들, 기회들을 곱씹어 보며 마음이 공허하고 슬프기도 했다.
춥고 힘들었던 겨울을 지나
3월의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조금 있으면 꽃들이 활짝 펴서 길거리는 온통 꽃내음으로 가득할 테고
얇아진 옷만큼이나 사람들 사이의 거리도 좁아지겠지.
주변에서 들려오는 기쁜 소식에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괜스레 잘 살고 있던 내 인생도 보잘것없이 느껴지게 된다.
언제나 나의 결핍은 그곳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고.
최근에 외로워서 조금씩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외롭지 않으려고 -
지금 내 현재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누가 나 좀 구원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손을 뻗었지만 이런 마음으로는 잘 될 턱이 없지.
애쓰고 노력해도 결국엔 난 혼자인가 라는 마음이 드니
노력하고 싶어지지 않았다.
봄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네.
이렇게까지 노력하고 애써서 얻어야 하는 것이라면
그 노력안에 나의 기대는 배가 되어 결국엔 실망한 일만 남겠지.
사람에 대한 기대가 높은 나는
인간은 생각보다 별로라는 것을 자주 까먹고
나 또한 그들에게 완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바라는 것은 많아지게 된다.
노력하고 통제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관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내 삶은 피곤하다.
올해는 변화하고 싶어서
엄청 노력하고 싶었는데
그냥 다시 노력하고 싶어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억지로 내 것이 아닌 것에 애쓰고 싶지 않았고
지금 이대로 충분하지 않다면 그 어떤 것도 나를 변화시킬 수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런 노력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 싶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 중에 <맬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30대 여성 3명의 우정과 사랑이야기를 아주 맛깔나게 표현했다.
내가 좋아하는 요소 중 하나는
본인들의 인생을 제3자가 바라보듯이 말하는 대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도
대사 한마디로 모든 상황을 정리한다.
그치만 그 대사는 언제나 진실을 관통하고 있다.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있고
본인이 두 발 딛고 있는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너무 과몰입하지도 않고
너무 물러나있지도 않고
딱 충분할 정도로.
그리고 그 안에 유머와 사랑이 있다.
내 가치관과도 통하는 드라마의 느낌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봄의 대명사 장범준이 부르는 ost 또한 봄에 잘 어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정말 애정하는 드라마다.
아니 어쨌든 나도 외롭다고.
근데 피곤하고 지친다고.
관계 맺기를 원하면서도
노력은 하기 싫다.
모르겠다.
20대 같은 풋풋함도
40대 같은 성숙미도 없는 어중간한 나의 30대는
잘 알지만 모르는척하기의 달인이 되어
괜시리 겁만 많아지고
내세울 것도 없는 자존심만 점점 커지며
나의 유치하고 아름다운 봄날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