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은 극장에서 시작됐다

5편 “Yo, Adrian! I did it!” (록키 편)

by 기억상자

그 순간, 나도 누군가에게 외치고 싶었다


조용한 극장이었다.
팝콘은 식었고, 의자에 파묻힌 내 어깨만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스크린 속 그가 외쳤다.


“Yo, Adrian! I did it!”


그 말이 울려 퍼질 때—
나는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나도 해냈다고.

비록 누군가는 작은 일이라 여겼을지 몰라도,
그게 나에겐 전부였다고.


사실 내가 처음 본 건 《록키 1편》이었다.
거기서 록키는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에게 판정으로 패배한다.
하지만 그가 진짜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이기는 게 아니라 끝까지 버티는 의지였다.


“15라운드를 끝까지 가는 것.”


그게 록키가 스스로에게 내건 조건이었고,
그 목표를 그는 이루었다.
그날 관객은 박수를 보냈고,
그는 링 위에서 애드리안의 이름만 외쳤다.


그로부터 이어지는 《록키 2편》에서,
다시 만난 아폴로와의 경기.
이번에는 진짜로,
마지막 순간까지 두 사람이 동시에 쓰러졌지만—
일어난 건 록키였다.

그리고 그가 외쳤다.


“Yo, Adrian! I did it!”


나도 그랬다.
운동회 달리기는 항상 꼴찌.
그림 대회에 나가면 상장은 늘 친구 몫.
학예회에선 목소리가 작다며 마이크도 꺼졌었다.
늘 “괜찮아, 넌 착하잖아”라는 위로를 들으며
뒤쪽에서 조용히 지나가는 아이.


그래서 록키가 넘어졌다가 일어날 때마다
나는 스크린 앞에서 숨을 삼켰다.
저 사람, 나랑 좀 닮았다.
그렇게 느낀 건 처음이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화면 속 주먹보다 더 세게 다가왔던 건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서 있었던 모습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해냈다”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나 자신에게라도.


그리고 몇 해 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내 첫 발표를
끝까지 해낸 날이 있었다.
목소리는 떨렸고, 원고는 몇 번이나 틀렸지만
나는 도망치지 않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 두 발로 서 있었다.


그날 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나 해냈어.”


누가 들은 것도 아니고, 박수도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내 링 위에 있었다.

록키는 처음에 졌고,
두 번째엔 이겼다.
하지만 진짜로 감동을 주는 순간은
그가 계속 일어나려고 했던 시간들 속에 있었다.


“Yo, Adrian! I did it!”


그건 단지 승리의 외침이 아니라,
자신에게 보내는 확신과 용기의 선언이었다.


지금도 가끔,
조용한 방 안에서
그 말을 흉내 내듯 작게 따라 한다.


“나 해냈어.”


그렇게라도 말하고 나면,
마음 한편이 아주 조금,
나를 안아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


조용히 버텨낸 날들 위에
당신만의 외침이 쌓여갈 거예요.

큰소리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누군가에게 들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오늘은 그 말을 한 번쯤
당신 자신에게 들려줘도 좋지 않을까요?


“나, 해냈어.”


그 말은,
오직 당신이면 충분하니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