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감아야 들리는 것들
내가 처음 만든 ‘플레이리스트’는 A면, B면으로 나뉘어 있었다.
손으로 곡 제목을 써넣은 카세트테이프 한 장,
그게 내 첫 번째 음악 모음집이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끝나면
되감기 버튼을 꾹 누르고 기다렸다.
어디까지 갔는지 모르니, 멈추고 재생하고 또 멈추고.
그렇게 여러 번 되감다 보면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던 가사 한 줄이 또렷하게 들리곤 했다.
“어, 이 부분 이렇게 좋았었나?”
그런 깨달음은 늘 두 번째나 세 번째 감상에서 왔다.
요즘은 클릭 한 번이면 앞, 뒤, 특정 지점까지 정확하게 들을 수 있다.
편하긴 한데… 너무 빠르고 정확해서
뭔가 감정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 시절엔 좀 불편했지만,
그 되감는 시간이 좋았다.
그 몇 초 동안 나는
노래를 기다리면서,
조금 전의 내 기분도 같이 되감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 마음도 그런 것 아닐까.
한 번에 다 알 수 없고,
첫인상만으로는 다 느껴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고,
한 번쯤 되돌아봐야
“아, 그랬구나.” 하고 마음이 가닿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지나 우연히 꺼내 들은 카세트테이프 속 노래들은
그때보다 더 나를 이해해 주는 것처럼 들렸다.
엉성하고 조용했지만,
좋아하는 마음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 담은
그 테이프 한 장이 내 첫 번째 플레이리스트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다시 듣는 시간이,
음악보다 더 오래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