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다 망가지던 버튼, 그래도 또 눌렀다
초등학교 끝나면 곧장 향하던 곳, 집이 아니라 오락실이었다.
가방은 늘 한쪽 어깨에 대충 걸치고,
손에는 단 하나.
동전 하나.
딱 100원.
그 100원 한 개면,
세계를 구할 수도 있었고,
거리의 싸움을 평정할 수도 있었고,
가끔은 그냥 7초 만에 ‘GAME OVER’도 가능했다.
한 판 하겠다고 오락기 앞에서
기계 위에 교복 가방 올려두고,
먼저 하고 있던 형이 죽기만을 기다리던 우리들.
“저 형 너무 잘해… 끝이 없어…”
“야야, 다음은 나야. 너 아니야.”
“뭔 소리야! 아까는 네가 죽었잖아!”
줄은 안 섰고, 눈치만 섰다.
기계는 낡았고, 버튼은 늘 덜렁거렸다.
점프 버튼은 눌러야 튀고,
펀치 버튼은 눌렀는데 안 나가고,
방향키는 오른쪽으로만 잘 된다.
그런데도 기막히게 기술은 나갔다.
왜냐고?
정확히 ‘이 타이밍엔 이 고장 난 버튼을 이렇게 눌러야’ 나온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으니까.
가끔은 조이스틱에 테이프 감겨 있었고,
기계 위엔 “고장 났음” 메모가 붙어 있는데
그걸 뗀 뒤 해보면 또 된다.
그 시절 오락실은 우리에겐 훈련장이었고
무대였고
사교의 장이기도 했다.
가끔 100원 들고 혼자 들어갔다가
6명이 우르르 따라 나오던
묘한 친화력의 공간.
그리고 늘 똑같은 다짐.
“오늘은 딱 한 판만!”
... 이라며
100원으로 바꾼 500원짜리 동전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그 한 판이 그날의 스트레스를 전부 날려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