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팝콘보다 먼저 두근거린 심장 (인디애나 존스 편)
극장의 불이 꺼지기 직전,
늘 심장이 먼저 두근거렸다.
빨간 커튼이 천천히 젖혀지고
스크린이 밝아지는 순간—
그건 그냥 영화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리는 의식 같았다.
어느 여름날, 극장에서 나는 인디애나 존스를 만났다.
손에 채찍을 쥐고,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사막을 달리던 그 남자.
멋있고, 땀 냄새날 것 같고,
무섭지만 계속 보고 싶고.
그때 나는 몰랐다.
그게 “입덕”이란 걸.
인디애나 존스가 금빛 유물을 들고 도망칠 때,
극장 안에서는 수십 명이 동시에 숨을 삼켰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손에 땀을 쥐었고,
누군가는 "도망쳐!" 하고 속삭였고,
나는 팝콘을 입에 넣는 것도 잊은 채,
스크린 안으로 정신이 빨려 들어갔다.
그때 그 영화는
내게 ‘모험’이라는 감정을 처음 가르쳐줬다.
모든 게 예측 가능한 교실 밖에도
숨겨진 보물이 있고,
비밀의 문이 있고,
땅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뛰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극장을 나와서도
나는 한동안 어깨에 가방끈을 매고
채찍질하는 흉내를 냈다.
길가 풀숲을 보면 보물지도가 있을 것 같았고,
맨홀 뚜껑도 뭔가 숨겨진 입구 같았다.
그땐 그랬다.
영화 한 편이 끝났을 뿐인데,
세상이 달라 보이던 시절이었다.
요즘엔 어떤 영화도
그때만큼 가슴을 뛰게 하진 못하지만—
가끔 TV에서 인디애나 존스를 다시 보면,
그 시절의 여름 극장 안,
빨갛고 무거운 커튼 뒤편에서 뛰던 내 마음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언제나 이렇게 속삭인다.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