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미래로 가는 시간표를 받다(백 투더 퓨쳐 편)
1985년.
마티가 전기를 맞은 드로리안에 올라탄 순간,
우리도 시간여행을 시작했다.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그 시절,
영화관은 ‘잠시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창구’ 같은 곳이었다.
팝콘 냄새와 웅웅 거리는 예고편 소리,
어둠 속에서 서로 속삭이던 친구들의 목소리,
그리고 “이 영화 진짜 재밌대”라는 말 한마디면
그날 하루는 이미 성공이었다.
《백 투 더 퓨처》는 그냥 영화가 아니었다.
브라운 박사의 산발머리와 마티의 청청패션,
플럭스 캐패시터가 번쩍이며 열리는 차 문.
그 모든 게 어린 우리에겐 ‘미래’ 그 자체였다.
‘지금은 비록 교복 입고 학교 가는 날이지만,
나도 언젠간 저런 미래를 맞이하게 되겠지.’
그런 상상이 마음속에 조용히 자리 잡았다.
현실은 학원과 숙제였지만
두 시간쯤은 괜찮았다.
미래도, 과거도,
그리고 ‘가능성’이라는 단어도
그때 처음 내 마음에 들어온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 길,
우린 꼭 이렇게 물었었다.
“진짜 저런 차 타고 다닐 날 올까?”
“미래에 나, 뭐 하고 있을까?”
그때의 우리는
시간여행보다도
그냥 ‘미래’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일이 오면 뭔가 특별한 일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믿고 있었던 시절.
물론, 지금도 그런 차는 없다.
브라운 박사도 없고, 드로리안도 없고,
스케이트보드가 하늘을 나는 일도 없다.
(아직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느낀 ‘두근거림’만은 지금도 남아 있다.
어디선가 번쩍 하고 나타날 것 같은
미래의 나, 혹은 미처 만나지 못한 가능성들.
지금은 어른이 되었지만
때때로 그 영화의 장면이
머릿속을 불쑥 찾아올 때가 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그런 날이 있다.
그럴 땐 조용히 되묻는다.
“지금의 나는, 그때 꿈꾸던 어딘가에 닿아 있을까?”
《백 투 더 퓨처》는 내 안에서
가끔 시간여행을 떠나는 발권소처럼 남아 있다.
그 옛날, 모험이 시작되던 그 자리에서
지금도 마음은 한 번쯤 시간을 되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