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초콜릿 하나로 세계를 뒤집다(도신:정전자 편)
“이모!!… 오늘만요! 제발요!”
극장 뒤편, 알 사람만 아는 출입문 앞.
나는 그날도 간절한 눈빛으로 이모님을 바라봤다.
극장에서 일하시던, 동네에서 알던 그 이모님은
한숨을 푹 쉬며 조용히 뒷문을 열어주셨다.
“들어가면 조용히 있어야 해. 딱 한 번이야.”
나는 숨죽이며 쪼르르 안으로 들어갔고,
극장 맨 끝 계단 위 구석자리에 조심히 앉았다.
커다란 스크린 속,
검은 양복과 올백 머리의 남자들이 등장하고
카드 한 장에 운명을 걸던 세계가 펼쳐졌다.
도신 :《정전자》
그건 그야말로 간지 그 자체였다.
처음엔 바보 같은 주윤발이
엉뚱한 행동에 기억상실까지 겹쳐
허둥지둥 도박판에 휘말린다.
그러다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고
느닷없이 도박 실력이 폭발한다.
진지한 얼굴로 카드를 튕기며,
뜻밖의 승리를 거두는 그 장면에
나는 숨을 삼켰다.
“초콜릿 먹고 강해지는 거야…?”
그 장면 이후로
나는 진심으로 초콜릿이 도박 실력을 키워준다고 믿었다.
후반부에 기억을 되찾은 주윤발은
올백 머리에 검은 코트를 휘날리며
도박장 문을 열고, 아직도 잊히지 않는 등장 음악과 함께 나타나는 장면.
그러고 나서도 어찌나 초콜릿을 맛있게 까고 드시는지..
그날 이후로 나는
한 가지에 사로잡혔다.
사각 초콜릿.
영화 속 테이블 위에 올려진,
모양이 딱 떨어지는 금박 포장의 네모난 초콜릿.
그걸 한 조각 입에 넣고 카드를 던지는 주윤발의 손동작은
카드보다 초콜릿이 더 멋져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 동네 가게엔
그런 초콜릿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나 초콜릿을 꺼냈다.
정성스럽게,
손으로 조심조심
네모난 조각모형대로 쪼개두었다.
모양은 좀 엉성했지만
입에 넣었을 땐 정말—
나도 모르게 허공에 카드라도 하나 던지고 싶어졌다.
물론 그때 나는
포커도, 기술도, 도박 세계도 몰랐다.
그저 그 영화 속 장면 하나가,
어린 마음에 오래도록 박혔을 뿐이다.
카드도 초콜릿도, 그저 멋져 보였던 시절.
그리고 지금도 가끔,
주머니에 네모난 초콜릿이 들어 있으면
괜히 허공에 한 번, 손을 휘둘러 본다.
아무것도 안 튀어나오지만—
그 ‘간지’ 하나는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