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이의 흥 내기

오르막길을 오른 지 두 달이 지난 후!

by 게으른 산책가


심장은 오늘도 평온했다. 오르막길이 평범해지고 있다. 이제 평평한 길은 내리막길을 걷는 수준이라고 으스대 본다.


진짜 내리막길을 걸을 때, 라디오에서 경쾌한 노래가 나온다면? 몸이 들썩들썩 인다. 마음으로는 어깨는 2센티 이상 오르내리고 목도 좌우로 바삐 움직일 만한 경쾌가 일었으나, 실제는 검지만 세우고 신나게 팔을 앞뒤로 흔들 뿐이다. 노래는 불러도 새소리에 묻히겠지? 소심이의 뿌리는 아직도 깊다. 검지를 세우고 하늘을 찌르며 걷는데 그걸 누군가 봤다면 부디 모른 척해주길 바란다. 만약 “지나가다 산책하는 너 봤어.” 이런다면, 내 손이 호박잎 쌈이라도 된 것처럼 네 입을 싸버릴 거다. 움쓰움쓰하는 나를 모른 척해주길. 요즘 오르막길이 쉬워져서 내리막길을 내려올 땐 춤을 추고 싶을 지경이라고.



내 산책코스는 요즘 조금 바뀌었다. 수자원공사(복분자 따먹는 코스)로 가볍게 오른다-내리막길이 곧 등장한다-평지를 걷는다-드디어 죽림정사에서 지옥의오르막길을 오른다- 댐을 가로질러 간다- 내리막길에 숲 곁을 지나니 신나는 길에서 다시 수자원공사로 오르막길을 걷는다.


오르막길을 더 늘린 것이다. 다음에는 신랑에게 걸을 때 내 장딴지를 찍어달라고 할 테다. 내가 뒤돌아 확인하면 무의식에서 힘을 주고 만다. 가끔은 걷다가 갑자기 배를 눌러보기도 한다. 그럼 뭐, 갑자기 배에 힘을 주니까 당연히 배가 단단하게 느껴지고 흡족해하곤 했다. 뭐 이런 어리석은 인간이 있나 싶어서 방법을 바꾸어서 배의 경도를 확인했다. 배에 힘을 빼고 걷는 게 가능하나 실험하는 거다. 내 걸음은 그리 늦은 걸음이 아니어서 배에 힘을 빼고 걷는 게 가능하지 않았다. 흡족해도 된다.



집에 들어오면 매우 덥다. 하지만 선풍기를 틀지 않는다. 선풍기 바람에 땀을 식히고 나면 잠이 오니까 그 채로 수박을 먹고, 산책 일기를 쓴 후 집안일을 시작한다. 모터가 가동된 기분으로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라디오 소리가 묵음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