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아이들은 알게 될 일
2023. 04. 20 날씨 : 덥다 싶을 때 바람 불더군
그간 황사, 미세 먼지, 비에 운동장 놀이를 할 수 없었다. 멀리까지 포개진 산 사이를 보니 미세 먼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육안으로 미세 먼지를 가늠하면 안 되지만,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산책하는 ‘보건’ 선생님을 보니 안심이 들었다. 나란 인간은 ‘삼인성호’가 되는, 섣부른 판단을 하는 편이다.
운동장은 눈부셨고, 더웠다. 벌써 반팔을 입어도 되나 싶었는데, 긴팔을 입었으면 얼굴은 홍당무가 될 뻔했다. 몇몇은 축구를 한다고 골대 앞으로 갔고, 나머지는 그늘이 있는 씨름장(과거에는 씨름장이었다. 지금은 중학생이 된 아홉 살 아이들을 데리고 씨름을 시킨 적이 있다. 물론하라고 한 건 아니고 ‘해볼래?’ 이러며 부추겼지.)으로 달려갔다. 개미와 무당벌레를 보며 아이들 동공이 커지고 있었다.
“선생님, 이리 와요. 골키퍼 해줘요.”
“아후, 더운데….”
“어서요!”
얇은 점퍼를 벗고 어깨에 걸쳤다. 난 아이들에게 지기 싫어한다.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두 다리는 어깨너비로 벌렸다. 두 손은 공을 잡을 채비를 했을 거다. 아이가 찬 공은 내 다리 사이로 뽀르르 들어갔다.
“선생님, 봐주지 말아요.”
“나, 안 봐준 건데….”
이번엔 왼쪽 골대안으로 슝 들어갔다.
“선생님! 왜 자꾸 봐주고 그래요? 원래 실력대로 하라고요!”
“나 정말 최선을 다하는 거야!”
“거짓말하지 마요. 봐주고 있는 거 다 알아요.”
난 아이고 뭐고 지기 싫어하는 인간이라고. 축구 연습해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