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친구가 가장 많은 아이
교정 어느 곳 단풍나무에는 아직도 잎이 붙어있다. 모양새는 영락없는 낙엽인데, 나무에 바짝 붙어서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바짝 마른 데다가 불붙은 오징어 다리처럼 오므라붙어서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다.
오늘은 화요일. 2학년 이상이라면 방과 후로 오케스트라 시간이라 나 혼자 돌봄 교실을 지켜야 맞다. 하지만 딱 한 명, 개별화 반 아이가 있어서 단 둘이 시간을 보낸다. 날씨는 어제보다 따뜻해졌다.
“훈아, 밖에 나가자.”
“네, 선생님.”
훈이는 언제나 종종걸음이다. 보폭은 좁고 경보 같은 걸음걸이로 걷는다.
“선생님, 닭들은 뭐해요?”
닭장에 가자는 소리다. 닭장에 가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소리를 내지 않는 풀도 신기해하는 훈이는 요란하게 움직이는 닭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훈아, 풀 뽑아서 닭에게 줄까?”
“네.”
추운 날씨 탓에 풀은 많이 자라지 못했다. 나무 아래에서 볕을 못 받아 웃자란 풀을 뽑아서 훈이에게 주었다.
“훈아, 네가 이 풀 닭에게 줘.”
“네.”
주로 ‘네’라고 답하는 훈이, 사실 훈이가 싫어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준다고 할 때나, 한글 공부를 하자고 하면 대답은 냉큼 ‘네’라고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당분간 훈이가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저 이야기나 많이 나누자고!
강추위가 아니면 밖으로 나오고 있는데, 단풍나무에 붙은 잎은 아직도 딱 붙어있다. 여전히 낙엽 같은 모양으로 붙어있는 게 질척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훈이 눈에는 달리 보이는 게 틀림없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가을아, 안녕!”
낙엽 같은 단풍잎을 보고 가을이라고 부른다. 단풍잎으로서 빨간 시절부터 바짝 건조한 지금까지 한결같은 평가다.
운동장을 네 바퀴 돌다가 솜털을 단 씨앗을 보았다. 바람 따라 달음박질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니 자신을 따라서 달려오는 줄 알고 덩달아 뛰었다.
“훈아, 저것은 지금 여행 중이야. 흙을 만나면 거기서 쉴 거야. 그리고 한 숨 푹 자고 나면 봄에 다시 태어날 거야.”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디선가 솜털 씨앗 하나가 더 날아왔다.
“선생님, 친구가 왔어요. 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