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 라면에서 눈에 띈 부사
봉지 라면과 컵라면은 다른 세계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쪽은 봉지 라면일 거다. ‘기호에 맞게’ 파나 계란을 넣어 먹으라는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컵라면은 용기에 파인 선부터 지시적이다. 어길 시, 맛없음은 너의 몫이니 알아서 해. 짜장 라면은 ‘정확히’라는 부사까지 들어가니, 실수하지 않기 위해 표시선과 눈을 수평으로 맞추고 있을 정도다. 짜장 라면에 물을 이렇게나 많이 넣으라고? 만약 ‘정확히’라는 부사가 없었다면 난 원래 넣을 양의 반만 넣었을 것이다. 정확히 넣고도 몇 초는 불안했다. 하지만 가루에 들어있는 전분은 이내 걸쭉해졌으니, 정확히 해야 하는 이유는 맞아떨어졌다.
봉지 라면과 짜장 라면의 설명서 중 난 짜장 라면의 설명서가 편하다. 그대로 따라 하면 실패가 없는 것. 진짜로 그러한가? 글로 난 그런 사람이다,라고 써보니 또 아닌 것도 같다. 기호에 맞게, 살아낼 때도 꽤나 많잖아. 지금 그렇다. 새벽산책 예찬을 일삼던 나는 일주일째 그 짓을 끊었다. 금단 증세 이런 것도 없다. 하지만 다시 ‘기호에 맞게’ 새벽에 걷고 있겠지.
아침부터 날씨가 덥다. 콧물을 풀어내지 않으면 재채기가 요란하다. 고뿔이 온 거 같다. 기호에 맞게 좀 쉬어야 할 판이다.
작년 오늘 일기, 블로그의 [10분 글쓰기-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