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일학년을 맡던 재작년, ‘착한’ 순수의 세계를 알았다. 작년 일학년에게서는 여덟 살의 ‘분열’이란 무엇인지를 맛본 뒤, 고귀한 순수 시대는 24K에서 금 도금으로 막을 내린 듯했다.(심지어 작년에는 악몽도 꿨다)
다시 순도 99.99 순수 시대가 열렸다. 자신의 앞니가 빠진 것을 의식하지 않고 웃을 때, 작위라고는 1도 없는 완벽한 순도의 여덟 살이 되고야 마는.
“선생님, 화장실 다녀올게요.”
“그래.”
성*은 1분도 안 되어 교실로 왔다.
“선생님, 추워요.”
3월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그때는 꽃샘추위가 대단했고, 아이는 말랐기에 교실 온도를 더 올렸다. 초여름인 지금, 화장실에 간다고 해놓고 1분 만에 와서 춥다고 할 때에 번역을 잘 해야 한다.
“똥 마렵구나? 가자.”
몸에 예비 이물질을 처리하지 못해 발생하는 생리현상으로 추위를 느끼는 거다. 그리고 나를 부르며 자신의 생리 현상을 호소하는 건, 똥 닦아달라는 뜻이고. 누군가는 유대인처럼 물고기 대신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라고 하겠지만, 그 과정을 내가 못 견디겠다. 난 비위가 상당히 약하다. 아이의 뒤처리를 한 후, 자꾸만 잔상이 남지만….
“선생님, 오늘 아침에 아빠, 인천공항에 갔어요. 미국에 가야 해서요. 오래 있다가 온대요.”
“그래? 에구, 승*야, 괜찮아?”
“아빠 보고 싶어요.”
“오늘 아침에 떠나셨는데, 벌써 보고 싶어?”
내 질문에 승*의 맑은 눈은 좌우로 두어 번 움직였다. ‘오늘’과 ‘벌써’라는 단어에 반응 중인 듯했다.
“참! 아직 안 보고 싶어요.”
요즘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해선지 그리움도 수학적으로 계산해 내는 일학년이다.